◎박태준박준병박철언씨 주축/당분간 「민정얼굴」ㆍ「당무」ㆍ「막후조정」 분담/박 장관 세 확산 활발… 「부상」 시기만 노려통합신당인 민자당에서 민정계는 1백27명의 최대원내의석을 보유하는 대주주이자 최대계보가 된다.
그러나 이 민정계를 당내에서 이끌 대표주자가 아직 부상되지 않고 있어 상당기간의 세변화후에야 서서히 그 판세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은 창당이래 지금까지 총재중심의 일사불난한 체제에 젖어 중간보스차원의 계파조차 공식 용인되지 않았고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계파형성이 여권생리상 손쉽지않아 민자당의 출범이 신계보정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당장 민정계의 분화가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민정계는 노태우대통령박태준대표의 상층구조 아래 주류와 비주류로 크게 2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시점에서 민자당은 전당대회 직전까지 3인의 공동대표가 합의제로 당을 운영해 나갈 것이나 전당대회 후 노대통령이 총재직을 맡게 되면 민정계는 박대표가 노대통령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행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함께 민정계는 신당의 사무총장을 맡을 박준병총장과 박철언정무1장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박대표를 「대표주자」로 하여 박총장이 실질당무를,박정무장관은 막후조정역을 맡아 사실상 민정계에서 주류실세를 형성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박대표는 당내에 뿌리가 없어 직접적인 인맥형성은 일정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박대표가 특유의 추진력과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한다면 의외의 세를 구축할 수 있는 여지는 적지 않다.
박대표는 당내인사중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각 지역의 원내인사들과 친소관계를 유지해 왔고 정호용 전의원 서명파들과도 오래전부터 각별한 관계를 견지해 왔다.
특히 박준규 전대표ㆍ정석모 전총장을 비롯 이동진ㆍ이도선ㆍ오한구ㆍ김진재ㆍ이진우ㆍ이정무의원 등이 박대표의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깊은 교류를 갖고 있다. 특히 당내 중간보스격인 이종찬ㆍ이찬구ㆍ김윤환ㆍ이한동의원이 8일 낮 박대표와 만나 그를 중심으로 결속한다는데 의견을 집약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결국 민자당에서 민정계는 박대표 한명이 관장하고,중간계보등의 인위적 형성은 당분간 자제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사실상 박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연합계보 형태의 공동노선을 구축한다는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중진들이 한결같이 당의 결속을 강조하고 박대표를 정점으로 한 범민정계보의 통합을 의도한 것은 따지고 보면 박정무장관의 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그 세를 점차 확정해 나가는 양상이 현실임을 감안,이에대한 구체적이고도 보다 효과적인 대응방도를 강구해야 한다는데 공동인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적어도 신당 출범후 당체제가 정비되는 어느 시기까지는 친정식구들끼리의 불협화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함과 아울러 민주ㆍ공화계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살려나가자는 뜻일 수 있다.
노대통령과의 두터운 신임으로 6공 정부의 막후실세로 알려진 박정무장관은 그의 역할과 지지세력에 반비례해 비판세력도 상당수 형성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위치는 5공청산에 이은 정계개편주도등으로 민정계에서 그의 위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은 종전의 막후활동에서 서서히 「전면등장」을 노리고 있고 그를 추종해온 당내 세력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 민정계에서 「박철언사단」은 만만찮은 주류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장관은 13대 대통령선거 당시의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중심으로 북방정책연구소ㆍ서해문제연구소ㆍ「63회」 등 자신의 세력을 몇갈래로 분산,관리해 왔으나 적절한 시기에 이들 세력을 단일군으로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는 나창주 강재섭 이긍규 박승재 이상회 김정길 김길홍 김진영 김인영 이덕호 조영장 신영순 이재광의원 등 20여명의 원내의원과 유종렬(서울 동대문갑) 김용균씨(부산 동래을) 등 10여명의 원외인사가 그를 추종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비공식모임을 갖고 세확장과 결속을 다짐한 데 이어 박장관은 사석에서 『지금까지는 15명 정도의 초선의원만 노출돼 왔지만 적당한 시기에 재선ㆍ3선의원들도 계보로 노출될 것』이라고 말해 민정계에서 그와 선을 대고 있는 인사가 상당수 있음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사실 행정부의 H씨등 각료급인사와 당내 일부 고위당직자를 비롯,중진의원들도 오래전부터 박장관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박장관의 부상에 대한 견제세력도 적지 않다.
박장관은 이같은 당내기류를 고려,민자당 출범이후에도 당분간 정무장관직에 머물면서 세의 흐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이나 늦어도 올 연말께는 당의 주요 포스트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신당 창당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박준병사무총장은 당내에 그의 지지세력은 미약한 형편이지만 정계개편을 계기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박대표를 정점으로한 민정계에서 세를 몰아주는 「버팀목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정계는 김영삼ㆍ김종필계의 운신폭을 가늠하면서 일단 박태준대표체제로 모이는 외양상의 「포장단계」를 거치면서 막후에서는 박철언정무장관이 세확보의 실리를 노리며 신계보정치시대에 본격 진입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