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총리,미소 방문 정상회담… 12일엔 모드로 총리 만나/서독 「독일통합특별위」ㆍ통화통합 제의/동독 원칙엔 동의,「2류시민」 전락 우려【파리=김영환특파원】 독일통일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헬무트ㆍ콜 서독총리는 10일과 11일 한스ㆍ디트리히ㆍ겐셔 외무장관과 함께 모스크바를 긴급 방문,고르바초프 서기장과 회담을 갖고 통독문제를 중점 논의한다고 서독정부가 7일 발표했다.
콜 총리는 또 24일과 25일 워싱턴을 방문,부시 대통령과 통독 및 동서관계,군축등에 대해 회담할 예정이라고 같은날 백악관이 밝혔다.
콜 총리와 겐셔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과 만나는 자리에는 미ㆍ소 외무장관회담을 위해 지금 소련을 방문중인 베이커 미 국무장관도 합석,통독문제에 대한 미ㆍ소ㆍ독 3자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독문제는 예상외의 빠른 진전을 보일 전망인데 베이커 장관을 수행한 한 미국 고위관리는 내년까지는 통독작업이 끝날것이라고 관측했다.
역사적인 소련 대변혁이 일단 완료된 직후 터져나온 이같은 독일분단 당사국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맞추어 서독정부는 콜 총리 주도하에 관계부처간에 긍정적인 통독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독일통합」 특별위원회를 구성,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통화의 단일화를 비롯,동독경제 재건을 위한 양독 경제통합 회담을 즉각 개최할 것을 동독측에 제의했다. 동독도 이를 전폭적으로 환영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경제통합의 핵심이자 통독의 기초조건인 통화통합을 둘러싸고 서독정부와 중앙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동독내에서도 의견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통독은 「반드시 가야 하지만 장애물이 많은 길」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양독 통화통합은 동서독이 각각 사용하고 있는 화폐를 서독 마르크화로 통일하고 이를 서독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화폐가 경제운용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만큼 동독의 경제정책 자체를 서독에 맡기는,동독의 경제적 주권포기를 의미한다.
이 통화통합에 대해 서독 정부가 즉각적인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하고 있다.
콜 총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위기에 처한 동독경제를 살리고 올들어 하루평균 2천명선에 달하는 동독인들의 서독행 탈출을 막기 위해서는 조속한 통화통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그는 세부적인 사항은 오는 12,13일 모드로 동독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독 헬무트ㆍ하우스만 경제장관은 올해말까지 서독 마르크화가 동독 마르크화와 병행해서 동독에서도 사용될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완전한 경제ㆍ화폐통합은 유럽 공동체(EC)가 단일시장을 이루는 오는 93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독 테모ㆍ바이겔 재무장관도 『동독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실한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서독 마르크화를 동독 공식통화로 지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독 중앙은행 카를ㆍ오토ㆍ푀ㄹ총재는 지난 6일 동독 중앙은행 총재와 회담을 갖고 서독 정부의 주장을 「시기상조」라며 일축했다. 그는 양독 통화통합전에 먼저 동독은 세제 및 가격체계 개혁을 실시,전면적인 경제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이와 병행해 동독 마르크화의 태환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화제도만으로는 동독경제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며 『급속한 통화통합은 오히려 인플레만을 초래할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잠정적인 서독 마르크화의 병행사용도 「비현실적인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서독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 대해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고 또 법에 의해 완전히 독립성이 보장돼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동의 내지 승인 없이는 통화통합을 실시하지 못해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것 같다.
호르스트ㆍ카민스키 동독 중앙은행 총재도 푀ㄹ 서독 총재와 마찬가지로 경제전반의 개선을 통한 동독 마르크화의 구매력 향상이 선결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독 크리스타ㆍ루프트 경제장관은 지난 5일 이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녀는 통화통합이 각종의 이익을 가져와 동독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는 하겠지만 양독간 생산성 및 임금격차,적자기업 도산,동독 국민들의 저축가치 하락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동독 국민들은 즉각적인 경제통합을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부유한 서독과의 통합으로 그들이 통일 독일내에서 2류 시민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던 동서독 실무관리들은 동독 마르크화의 즉각적인 태환화 및 통화정책에 대한 동독의 주권포기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동ㆍ서독 마르크화의 교환 비율을 4대1로 할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누구나 통독이라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각론에서는 그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모두가 「독일국민 전체를 위하여」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있다.
독일이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 통일에 앞선 통화통일로 「라인강의 기적」에 이은 「엘베강의 기적」을 일으킬수 있을 것인가에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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