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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도대로 진행된 당중앙위/이원명(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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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도대로 진행된 당중앙위/이원명(특별기고)

입력
199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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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타격 소 지도력 회복 열쇠/연방 결속ㆍ세계평화 공헌 클듯/중국ㆍ북한도 완만하지만 개혁 불가피「인간적인 민주적 사회주의」를 궁극적 이상으로 하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마침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래 70여년 동안 지속돼온 공산당 일당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소련 공산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7일 폐막된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는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 포기,다당제 허용을 통한 정치적 다원주의 수용 및 각 공화국의 자치권 확대,그리고 사유제 허용등 가히 혁명적 내용을 담고 있는 새로운 당강령을 거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 강령은 이밖에도 강력한 직선 대통령제 정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서기장을 중심으로한 정치국을 폐지하고 대신 당의장제에 입각한 정치집행위를 창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 강령의 채택으로 이제 소련은 레닌이래 소련정치를 관류해온 볼셰비키 혁명전통을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소련 공산당의 혁명적 자기개혁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고르바초프의 세가지 전략적 의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첫째 한세기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소련사회와 동구권을 지배해오는 동안 보수화하고 경직된 볼셰비키당의 속박으로부터 국가권력을 독립시킴으로써 페레스트로이카에 반대하는 당내 보수세력의 권력 입지를 자연스럽게 제거하자는 것이다. 지난 85년 27차 당대회 이후 사회 경제적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고르바초프는 88년 제19차 당대표자협의회를 계기로 정치적 페레스트로이카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레닌의 역사적 테제가 부활되고 이에 따라 의회인 인민대표자대회 및 최고회의가 명실상부한 최고국가권력기구로 부상했다.

왜냐하면 고르바초프는 의회민주주의적인 요소를 강화한 새로운 국가 메커니즘의 확립과 이를 토대로한 「사회주의 법치국가」의 확립이 페레스트로이카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르바초프는 국가권력의 핵인 당기구의 대대적인 개편,특히 정치국 해체를 통해 개혁추진을 위한 정치체제의 정비작업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다.

둘째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정책에 의해 열화처럼 촉발된 민족문제가 소련 연방체제의 와해로 발전하는 위기상황을 소수민족과 각 공화국의 중앙정치 참여를 통해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민족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분리주의에는 반대하지만 각 민족의 자결권은 찬성한다』는 레닌의 민족문제 해결 원칙아래 각 민족의 정치 경제적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고 중앙정부와의 평등한 관계를 제도화 해줌으로써 분리독립 운동을 희석화 하려고 노력했다. 공산당의 새강령은 신설될 정치집행위원회에 각 공화국 대표들이 참여토록하고 정치적 다원주의를 수용함으로써 앞으로 지방 공화국과 연방정부간의 긴장관계를 완화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셋째 탈 스탈린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당과 정부의 기능을 명확히 분계함으로써 고르바초프는 작년의 대변혁을 통해 이미 공산당이 국가권력 중추에서 밀려난 동구국가들과의 관계를 공산당간의 수직적 종속관계가 아닌 국가간의 수평적 관계로 재정립하고 전략적 유대관계를 지속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대동구 관계 재정립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추진과정에서 볼때 결국 소비예트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체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외전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고르바초프는 소련연방체의 기본틀을 유지하는데 최대의 정치적 역점을 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번 당권력 구조개편은 이런 면에서 민족분규로 실추된 연방정부의 지도력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각 공화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정치집행위원회가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막고 각 공화국의 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민주적 연방장치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다면 이는 고르바초프 개혁정책의 열쇠가 될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소련연방체의 진정한 결속을 가져올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정치적 다원주의,시장경제등을 수용하면서 새로 형성되는 개방적인 소련연방체는 90년대 유럽 신평화질서 구축은 물론 세계평화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번 소련 공산당 중앙위를 통해 구체화된 새로운 사회주의 모델,즉「인간적인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이 앞으로 중국과 북한등 보수 공산국가들에 여하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키 어렵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국과 북한지도부가 이같은 변화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 공산당의 권력독점 포기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까지 가진 중국 공산당은 당의 지도적 역할을 고수할 것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가 공산당의 위성 정당들을 활성화하는 제한적 복수정당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북한이 최근 관영 언론들을 통해 소련의 개혁정책을 지지한 것은 결국 중국이나 북한도 비록 그 속도는 아직 완만하더라도 개혁의 역사적 대세를 따라가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하겠다.

90년은 볼셰비키 혁명으로 시작된 세계 공산주의 역사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는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서독 본대 정치학박사 본사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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