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시위ㆍ언론동원등 고도전략 주효/당내 보수파 대거 축출/“다당제 돼도 여당”노려7일 폐막된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결과를 놓고 일부 서방 역사학자들은 고르바초프가 루터식 개혁으로 교황의 권위를 갖게 됐다고 비유하고 있다.
이말은 루터가 부패한 교회를 일신,기독교를 일반 민중에 스며들게 한것처럼 고르바초프 역시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당의 모든 조직속에서 활성화시켜 소련인민들이 생활화하도록 했으며,교황처럼 함부로 넘볼수 없는 절대적 위치에 올라섰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즉 헌법 6조의 공산당 지도 역할규정 폐기 및 다당제 도입은 바로 73년간 소련을 이끌어온 체제로부터 완전히 환골탈태한 것으로,새로운 체제에서 공산당을 비롯,모든 정치세력이 뿌리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서기장직 폐지와 당 의장직 신설 및 직선 대통령제 도입으로 고르바초프는 당분간 절대적 권위를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고르바초프는 앞으로 국가원수격인 최고회의 의장직을 명실상부한 대통령으로 바꾸면서 신설된 당의장직에 잠시 머물다 당에서 손을 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여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인민대표대의원 대회에서 간접적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최고회의 의장)이 아닌 인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이런 의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련 사회의 핵심인 공산당이 대대적인 개혁을 할수밖에 없다.
현재 2천만명의 당원을 갖고있는 공산당은 리투아니아 등 소련 연방 일부 공화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방 당조직이 와해되는 등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발트3국을 비롯,몰다비아ㆍ그루지야ㆍ아제르바이잔ㆍ아르메니아 공화국 등에서는 샤쥬디스(인민전선)란 불법 재야단체가 사실상 정당 역할을 하고 있으며 2∼3월중 실시될 각 연방공화국 의회선거에서 이들이 득세할 것은 분명하다.
사태가 이쯤된데다 지난 5년간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실시한 결과 경제사정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범죄가 급증하고 생필품 부족현상이 일어나는등 국민들의 불안요소가 커가기만 했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사회주의의 독소적 요소」를 청산해야 된다고 결심,「제2의 선택」을 단행하지 않을수 없게 된것 같다.
그러나 이번 중앙위 총회에서 나타났듯이 리가초프등 보수파들은 고르바초프의 선택이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수구적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당의 핵심권력기관인 중앙위원회는 위원중 61%가 60세 이상의 고령이며 그들중 대부분이 브레즈네프 시대에 임명된 인물들이어서 이들을 그대로 두고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의지를 실천할수 없다고 개혁파들은 보고있다.
이때문에 고르바초프는 중앙위원을 2백명으로 축소 조정하면서 보수파 위원들을 대거 축출하고 6,7월 조기 소집되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의원들을 선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당이 개혁될 경우 공산당은 인민의 지지속에서 다당제하의 여당으로 정국을 장악할수 있다는 것이 고르바초프의 의도인것 같다.
또 인민전선등 불법 재야단체가 다당제를 실시할 경우 정당으로 변신할 것이며 보리스ㆍ옐친등 의회내 급진 개혁파 집단인 「지역간 대표그룹」과 우익반체제 단체인 「기독민주당」등도 정당으로 등록,공산당과 정책대결을 벌임으로써 체제내의 건전 비판세력으로 존재케 된다는 것이 고르바초프의 구상이다.
고르바초프는 이와관련,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명의 변경은 물론 다당제하에 실시될 각 연방공화국 선거에서 야당이 집권하는 사태에 대비,국호까지 변경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소련 연방체제를 유지하면서 리투아니아등 일부 공화국의 분리독립 요구조차 수용할수 있는 해결책으로 볼수 있다.
앞으로 소련 공산당은 3주내에 다시 소집되는 중앙위 총회에서 당조직 개편을 골자로한 새규약 처리와 바딤ㆍ메드베데프 당 이념 분과위원장,알렉산데르ㆍ야코블레프 당 국제분과위원장 등을 각각 부의장으로 선출하는등 인사개편을 완결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쨌든 「레닌의 아들」이라고 불리면서 소련을 이끌어왔던 고르바초프는 이번 중앙위 총회를 끝내면서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래 지속돼왔던 공산당 일당독재 및 민주집중제 원칙 등 레닌의 유산을 수정해 버렸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총회에 앞서 30여만명의 모스크바 시민들을 동원,러시아 혁명이래 최대의 시위를 벌이게 함으로써 보수파가 우세한 중앙위에 「민의」의 압력을 가했고,각종 언론기관을 통해 개혁정책 필요성을 집중 홍보했으며,「확대회의」란 명목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참관자들을 총회에 참석토록 하는등 고도의 정치전략을 구사했다.
「정치천재」인 고르바초프의 선택을 두고 일부 서방언론들은 「도박」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그는 이처럼 완벽한 계산을 통해 이번 중앙위 총회를 「정치혁명」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위로부터의 개혁」이 과연 소련 국민들에게 무리없이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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