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가 오는 93학년도 시행을 목표로 개선작업을 추진중인 적성시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입학력고사 개선시안」이 현행 대입학력고사를 보완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 것 같아 보인다.지난해 8월30일 「선지원 후시험」의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적성시험(국ㆍ영ㆍ수 3과목)+고교내신성적(40%이상)+대학별 기초전공과목시험(2과목)」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안을 제시,4차례의 지역공청회와 4차례의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이달말까지 최종 개선안을 확정한다는 것이 문교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직속 교육정책자문회의가 지난 5일 갑작스럽게 「적성시험이란 생소한 제도 도입보다는 현행 대입학력고사를 사고력중심 출제로 보완하는 게 낫겠다」는 새로운 개선방향을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주관부인 문교부를 대단히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수백만 학부모와 예비수험생들에게 일대 혼란을 빚게했다.
자문회의는 자체개선안이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최종결론을 내리기로 한 6일 회의에서 결론을 못내리고 7일 하오 회의를 속개,현 학력고사를 보완하는 자체개선안을 8일 대통령에게 보고키로 결론지었다는 것이다.
자문회의가 적성시험제 도입에 제동을 걸고 나선 배경도 이해할 수 있고 문교부의 「개선시안」이 지닌 문제점도 우리는 충분히 안다.
다만 문교부의 「개선시안」이 대학의 3대 자율권한인 대학정원조정ㆍ등록금책정및 학생선발권한을 대학에 되돌려준다는 대학의 자율권한 신장이라는 원칙에 접근하는 시책이라는 측면에서,적성시험이 야기할 새로운 부작용과 역기능을 감안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학입시제도 문제발생의 원인을 캐자면 80%에 가까운 고졸자가 「대학에 가겠다」는 과다한 진학열기와 고학력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렇기에 이것은 입시제도측면보다는 사회정책측면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임을 누차 강조한 바도 있다.
더욱이 현행 입시제도의 3년실시 결과는 재수생 합격률상승을 입증,재수열기마저 부채질함으로써 86학년도의 23만 재수생을 3년만에 30만명으로까지 늘려놓았다면 현행제도의 폐단은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입시제도가 재수생 누증을 촉발하고 있다면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현행제도의 고수를 고집하는 식의 개선안을 자문회의가 제시했다는 데는 우리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문교부와 자문회의가 내부적인 협의만으로도 조정이 가능한 문제를 서로가 「한건했다」는 식으로 섣불리 발설해 학부모와 수험생을 일대 혼란속에 몰아넣고만 결과도 더이상 되풀이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놓고 이처럼 이견이 맞서 혼란을 가중시킬 바에는 차라리 학생선발권한을 대학측에 좀더 빨리 넘겨주는 제3의 방안을 연구검토할 것을 우리는 권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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