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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사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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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사회」(사설)

입력
199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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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엔 조각을 할 수 없는 것처럼,나라의 기틀이 돼야할 공직자의 기강이 해이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되고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얼마전 시영아파트의 입주권을 대량으로 위조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등친 고위공무원이 있는가 하면,시유지를 소유자 미복구토지로 변조해서 토지대장을 발급해준 공무원이 적발됐었다.이처럼 부정과 비리는 어느 특정부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알게 모르게 깊이 스며들어 고질적인 병폐로 엄존하고 있다. 엄존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런 사실이 우리 모두의 통념처럼 돼버린 것에 더 큰 두려움이 있는지 모른다. 뇌물과 비리에 우리 사회가 통째로 둔감해져 있다면 그건 정말 예사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한 중국계 신문은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관청의 민원이 처리되지 않는다고 방직기를 수입하려던 한 사업가의 예를 들어 보도했다.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뇌물수수에 관해선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소문들로 여겨왔으나 막상 외국신문의 가십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니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우선 창피한 생각도 들고 또 우리가 그런 일쯤이야 하고 흘려보내고 있는 일들이 혹 남의 눈에는 이렇게 비쳐지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는 것 같아 새삼 모두의 무감각을 되돌아보게 된다.

부정과 부패가 공공연해지고 일상화되는 사회에서는 부정ㆍ부패 그 자체 못지않게 그것들에 대한 죄의식의 퇴보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신문은 뇌물이 심한 곳의 예로 세무서를 들며 하위직원마저 기업과의 접촉을 통한 수뢰가 손쉬워 승진마저 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느 한 신문의 보도보다 우리 사회,우리의 공직사회의 실상자체이다. 우리는 거의 계절적으로 되풀이돼온 공직사회 기강확립,부정부패척결을 들어왔다. 그러나 그런 외침이 아직도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치적 변혁과정을 거치면서 그간 수없이 지적되어 온 것 가운데 하나가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비리 등이었다.

우리는 부정부패의 만연이 다산의 경고처럼 종내는 경국지세로 몰고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은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연한 단속을 포함한 기강확립이 있어야 한다.

외침만이 아닌 행동으로 계속해야 한다. 한번 반짝했다고 흐지부지되는 과거식의 되풀이라면 실효도 없을뿐 아니라 비리의 양태만 더 고질화되는 것을 우리는 지난 날 수없이 보아왔다.

이와함께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생계비의 지급과 함께 직업공무원제도가 확립돼야겠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서정쇄신이란 명목으로 대량숙청,논공행상식의 자리메움을 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신분보장이 안되고 정치가 불안할 때 한탕주의식 부정부패는 일어나게 마련이다. 다시는 우리 공직사회에 불명예스러운 말들이 떠다니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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