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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당이 거대여당”… 잔치분위기/공화당 해체되던 날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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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당이 거대여당”… 잔치분위기/공화당 해체되던 날 표정

입력
1990.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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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멤버만 착잡… “이의 없지요” 박수 합당 선포/헌시 낭독ㆍ당기 영구보존 의식으로 행사 절정에○…집권당이 되기 위한 발전적 해체를 결의한 5일 상오의 공화당 임시전당대회는 제4당의 설움을 벗어나 거대여당의 일원이 된다는 기대때문인지 시종 잔칫집같은 분위기.

이날 대회장인 세종문화회관 별관에는 총 대의원 1천7백95명중 1천5백82명이 참석했으며 일반당원들도 5백여명이 참관,2천명을 넘는 당원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고 일부 창당원로들의 착잡한 표정과는 달리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당기를 내리는 행사를 관람.

이날 대회장에는 대회시작 1시간전부터 1∼3층의 좌석이 메워졌으며 미처 입장하지 못한 하객들을 위해 복도 곳곳에 TV폐쇄회로를 설치,장내모습을 볼수있게 꾸미기도.

대회장엔 「JP와 공화당 이념은 국민과 함께 영원하리라」 「조국통일과 민족웅비의 초석이 되자」는 등의 대형 현수막이 벽면마다 걸려 있었으며 단상위엔 구공화당의 상징인 황소그림이 신공화당 상징인 수레바퀴와 함께 나란히 걸려 복고적 분위기를 고조.

한편 이날 대회초반에 단상 뒤쪽을 장식했던 대형태극기 벽면이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마자 「수레바퀴마크」로 변하게 하는등 무대장치까지 신경쓴 흔적이 역력.

○…상오 11시 정각 김종필총재가 전예용 민족중흥동지회장을 비롯,백두진ㆍ길전식ㆍ육인수ㆍ이석제씨 등 구여권인사 10여명과 함께 입장,참석자들의 기립박수로 「당해체식」이 시작.

조부영사무차장의 성원보고에 이어 개회선언에 나선 김효영전당대회의장은 『지난 87년 협박과 고통속에서 창당사회를 본 제가 오늘 다시 현판을 내리는 회의를 진행하자니 무거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너희는 빈병의 꽃,나는 뚜껑」이라고 말한 맥아더장군의 연설문을 인용.

○…치사에 나선 김종필총재는 63년의 창당과 87년의 재기를 무거운 목소리로 읽은 뒤 『27년간 가꾸어온 공화당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는 가슴은 착잡한 감회로 찢어질 듯 하다』면서 『역사적 소명에 따른 새로운 발전과 전진을 위해 흔쾌히 공화당의 막을 내린다』고 피력.

김총재는 『우리당은 한톨의 밀알이 썩는 것처럼 발전적으로 해체하지만 공화당의 이념과 정신은 보수대연합 신당속에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

김총재의 치사가 낭독되는 동안 이병희 수석부총재등 공화당 창당의 주역인 원로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최재구부총재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훔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새로운 기대에 들뜬 표정들.

○…김전당대회의장이 합당승인 안건을 상정하자 윤재기의원이 단상에 올라 김총재를 「부활한 예수」에 비유한 뒤 『예수의 열두제자가 복음을 전파한 것 같이 우리도 공화당의 철학을 전하는 데 신명을 다하자』며 동의안을 제출.

이때 강원 원주지구당 원광호위원장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xxx들아,야당하러 재기한 것 아니냐』고 고함치다 당원들에 의해 대회장 밖으로 끌려나갔고 김의장은 『이의없지요』를 연발,박수를 받아내고는 『이로써 합당승인을 만천하에 선포한다』고 선언.

이어 곧바로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헌시낭독과 당기영구보존식을 거행.

「사랑하는 깃발이여 영원한 깃발이여」란 제목이 붙은 김석야작 헌시는 탤런트출신 박병호씨(성동갑위원장)가 낭송했고 시낭송 중에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과 새마을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한껏 분위기를 돋우기도.

역사를 돌리는 수레바퀴를 도안한 공화당기는 이날 낮 12시 정각 하기되어 최각규사무총장의 손에 접혀 특별히 제작한 검은 오동나무상자에 담겨졌고 최총장은 『황소가 일군 땅에 씨를 뿌려 민주의 뜻을 일궈낸 깃발』이라며 오동나무 당기상자를 전체참석자들 앞에 내보였다. 이어 사회를 보던 정원조부대변인이 『이 깃발은 국회헌정자료실에 영구히 보존될 것』이라고 덧붙이자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

○…합당에 대한 내부반발이 거의 없는 공화당은 전경들이 경비를 폈던 민주당 전당대회와는 달리 사전에 경찰과 협의해 대회장 주변에 단 한명의 경비경찰도 세우지 않았다.

이날 대외장 입구에선 공화당상징인 수레바퀴마크가 새겨진 넥타이 핀과 여자용 스카프ㆍ브로치 등이 든 2천여개의 봉투가 당원들에게 돌렸으며 참석대의원들에겐 왕복여비에 보태쓰라고 금일봉을 각각 전달.

한편 이날 대회장 바깥복도에선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이 합당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동참을 호소하는 모습.<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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