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지만,군은 언제나 군으로서 자기 위치를 확립함이 긴요하다. 내외의 정세가 아무리 민감하게 움직이고 변화하더라도 흔들림이 없이 의연하게 대처함이 군 본연의 자세임은 달리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 전제가 헌법(제5조)에 규정된 대로 정치적 중립성의 준수임은 더 이상 강조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이제 막 90년대에 접어 들었는데,내외의 환경과 정세는 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구권의 개혁바람은 냉전시대의 종막을 알리며 동서화해와 군축의 시대를 예고한다. 그 여파이든 독자적 요인이든 한반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가 정면으로 논의되는 현실이다. 또한 국내정치의 변화도 궤도를 크게 하여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육군이 새로운 위상확립을 위한 정신운동을 전군적으로 전개하고 있음은 커다란 주목거리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위상의 확립은 과거에 대한 과감한 자기 반성과 오늘과 내일을 위한 자기 혁신을 강조하고 있음이 크게 관심을 모으게 한다.
새 위상 운동은 올해 육군의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전개될 것인 바,이종구육참총장은 신뢰와 애정에 바탕을 둔 민군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군은 과거의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 당하고 친여세력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음은,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슬픈 유산이라 할 것이다.
문민우위의 원칙을 전도시킨 군의 현실개입은 위기 간여의 충동과 집단적 엘리트 의식에서 나왔다고 보여진다. 혼란과 위기는 일사불란하게 관리되는 군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충동이 현실참여를 유도하여 체제저항의 요인을 유발케 한 것이다.
그리하여 군 본연의 자세와 무관하게 민과 군의 대칭과 갈등이 빚어지고 오히려 그로인해 새로운 위기와 현실문제의 혼돈을 초래한 것은 모두 불행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아울러 군의 현실개입은 이유야 어떻든 군을 성역화 함으로써,민군관계의 소원함을 불렀음은 물론 거부의식을 증대시키는 데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달갑지 않은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철저하게 반성함으로써 우리는 군의 거듭나기가 가능하고 위상확립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나기든 홀로서기든 군의 새로운 정신운동은 오로지 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과장된 생각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정치가 위기면 정치의 처방대로,경제가 어려우면 경제의 수단으로,사회혼란은 치안의 강화로 대처하고 수습하는 게 민주의 바른 길이다. 힘에 의한 충격은 더이상 용납할 수도 없고 효능도 기대 못한다.
그런 뜻에서 군 본연의 자세강조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치의 중립성을 강고 하게 지키며 국가안전의 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에 충실할때 군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신뢰는 저절로 달아 오를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민과 군을 고의로 이간시키려는 근거없는 낭설의 유포나 조작을 경계하고 그 선동에 미리 쐐기를 박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이다. 민과 군이 함께 그런 소지가 싹트지 않도록 예방에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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