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책 1달만에… 동구 “청신호”/인플레ㆍ실업 부작용 “정부 80% 지지”로 견뎌/과감한 평가 절하→태환화→대외교역 활기/암달러시장 퇴조,농산물생산도 급증 기대동구국가중 가장 앞서 착수된 폴란드의 자본주의 도입실험이 희미하나마 청신호를 보이고 있어 자유노조 주도 정부의 전도를 밝게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산권 사상 최초의 자유총선을 통해 비공산정권을 탄생시켜 동구대변혁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폴란드는 개혁선도국답게 경제면에서도 혁명적인 시장경제정책을 도입했다.
올해 1월1일부로 시행된 새로운 경제정책의 골자는 ▲가격자율화 ▲정부재정보조금 3분의2 축소 ▲즐로티화 31% 평가절하 ▲임금동결 ▲국유재산의 과감한 사유화등이다.
이같은 경제개혁의 목표는 거의 자본주의에 가까운 전면적인 시장경제방식의 도입을 통해 연간 6백%의 인플레,4백억달러의 외채,낮은 생산성과 만성적인 소비재 부족현상등으로 허덕이는 폴란드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것이다.
폴란드의 새경제정책은 전체적인 동구개혁의 성패를 가름할 「리트머스 시험지」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변혁의 기본적 동인은 역시 경제난이고,다른 동구국가들도 폴란드의 뒤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새경제정책시행 1개월이 지난 지금,폴란드의 자본주의 실험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급진적변화로 인해 국민경제가 큰 혼란에 빠졌고 적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성과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새 정책은 우선 살인적인 물가앙등을 초래했다. 가격자유화와 정부보조금 중단으로 각종 상품의 값이 일시에 치솟았다. 석탄값은 7배가 올랐고 전기료도 4배나 뛰었으며,10배이상값이 오른 품목들도 수두룩하다.
3배이상 오른 햄값은 1㎏당 6만즐로티가 됐는데 70년대의 피아트승용차 한대값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결됐기 때문에 그들은 앉아서 20%이상 감봉당한 셈이다. 또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끊기고 은행의 여신통제가 강화됐기때문에 경쟁력이 없고 비효율적인 국영ㆍ민간기업들이 연이어 도산하고,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후유증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대가이며 정부도 예상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어둠속에서도 조금씩 희망의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과감한 평가절하로 즐로티화는 태환화폐에 근접했으며,이에따라 대외교역이 활성화 되고있다. 또 폴란드경제의 암적존재인 암달러시장도 환율의 현실화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이보다 직접 눈에와닿는 변화는 폴란드어디에서나 볼수있던 줄서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상품값이 현실화됨에따라 상점마다 물건을 사기위해 길게 늘어서던 줄이 없어져 쉽게상품을 살수있게 됐다. 해외여행을 위해 국경에 줄을선 사람들도 유류가인상과 즐로티화의 평가절하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편 환율현실화와 함께 수입관세도 높아져 국내 생산업자들은 수입상품과의 경쟁능력을 갖게 됐다.
새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농업분야에서는 아직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산물의 가격상승이 생산증대를 유도,만성적인 생필품부족현상을 해소할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는 유럽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넓은 경지면적을 가진 농업국가이면서도 생산성이 낮아 오히려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새경제정책,더나아가 폴란드체제개혁의 장래를 낙관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폴란드인의 체질적 인내심과 자유노조정부에 대한 신뢰문제다. 폴란드인들은 새 경제정책으로 단기적인 생활수준은 더욱 악화됐지만 이를 잘 참아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마조비에츠키 내각이등장,내핍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때 노동자들의 파업등 소요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월초 유일하게 실레지아에서 광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정부가 광산을 문닫겠다고 경고하자 곧바로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중순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지금 투표가 실시될 경우 자유노조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자유노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기반이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폴란드의 자본주의실험이 성공하기위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암초들을 헤쳐나가야한다.
동구의 민주화개혁을 선도해온 폴란드가 경제개혁면에서도 모범국이 될수있을지는 멀지않아 판정이 날것이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은것같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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