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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혼돈/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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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혼돈/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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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신여당을 출범시키려는 합당정국이 열린지도 상당한 시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뭐가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가지 궁금증과 관심사중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과 혼돈을 일으키는 대목이 바로 김영삼씨의 변신이다.특히 『국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야당하라고 했는데 왜 여당으로 갔느냐』는 비판론이 화제가 되고있고 김씨의 정치적 본거지인 부산에서는 규탄대회까지 열리는 등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것이 더욱 머리를 어지럽게한다.

재미있는것은 김씨의 반대세력인 평민당과 지지세력인 부산사람들이 다같이 이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언뜻보아 명쾌한듯하나 한번더 생각해보면 상당한 무리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유권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질때에는 집권하거나 당선되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것이다. 아직은 미약해서 당장에는 집권하거나 당선될 가망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 기회에 언젠가는 집권하거나 당선될 수 있게 밀어주는 경우도 궁극적으로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하자면 처음부터 야당하라고 표를 주는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하거나 낙선되기를 바란다면 자기표를 줄리가 만무할 것이다.

자기로서는 귀중한 표를 던져 여당을 만들려고 했지만 다른사람의 지지를 얻지못해 여당이 되는데 실패하여 야당이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유권자가 야당을 지지하여 표를 주는것은 선거당시의 여당을 눌러 새여당이 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노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뜻에서 그에게 표를 준것과 마찬가지로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후보에게 각각 표를 던진 국민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게하기 위해서였지 선거에서 패하기를 기대하며 표를 준사람은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 나타난 총체적 민의는 3김씨에게 모두 야당의 길을 선택케했는데 만일 김영삼씨를 지지한사람들이 그들이 던진 표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환호성을 질렀을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김씨가 여당을 하게되었는데도 시무룩한 반응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궁극적 목적이 집권에 있다면 여당하라고 밀어준 김씨가 여당을 하게되었는데 왜 불만일까. 지금당장은 그가 명실상부한 집권의 주체가 아니라 집권자인 노대통령밑으로 들어가 집권여당의 일부를 구성한 것이 우선 못마땅하게 보일것이다. 즉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현단계에서는 그가 단독집권을 하지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크게보면 이런 혼돈이 생기는것은 그동안 여야간의 정면대립과 흑백논리가 지배해온 우리 정치풍토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가 안된것은 김씨자신도 마찬가지인것같다. 여당에 갔으면 「여당중의 여당」이 될생각을 해야지 「여당중의 야당」을 하겠다고 하는걸 보면 아직 야당티를 벗지 못한 인상이다.

이래저래 합당정국이 던진 혼돈은 상당기간 유권자들의 머리를 어지럽힐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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