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헌책방 찾는 「책벌레들」/희귀본 발견할땐 “심마니의 기쁨”조상의 숨결과 손때가 어린 고서를 찾아내고 보존ㆍ연구해 책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문화전수기능까지 수행한다.
지난82년 국학분야 전공교수,출판인,고서수집가 등 8명이 고서의 수집과 연구를 통해 학문발전에 기여하고 애서정신을 앙양하기위해 결성한 「한국 고서동우회」는 해가 갈수록 회사원 가정주부 등 일반인의 참여가 늘어 현재 회원수가 65명에 이른다.
대부분 열렬한 독서광인 「헌책벌레」들은 틈만나면 청계천ㆍ인사동의 고서점과 전국 각지의 변두리 헌책방을 뒤지고 다닌다.
헌책방에서 희귀본이나 관심분야의 오래된 양서를 찾아냈을때 이들은 심산유곡에서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에 못지않은 기쁨을 맛본다.
동시에 『이런 귀한것이 길바닥에 굴러다니다니』하는 우리 문화풍토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활동에 더욱 보람을 갖게된다.
이들은 매달 한번 모임을 갖고 각자가 수집한 고서를 소개하고 평가ㆍ감정해 그중 정말 귀한 책은 학계에 소개한다. 모임이 열릴때는 회원간의 책욕심이 발동해 『어디서 구했느냐』 『내게 넘겨라』는 등 가벼운 실랑이도 벌어진다.
이들이 분류하는 고서의 기준은 1959년 이전에 나온 책이다.
초대회장이었던 고문 안춘근씨(64ㆍ전 을유문화사주간)는 고려시대의 목판본에서부터 추사 김정희,다산 정약용의 친필문집 등 사료적 가치가 엄청난 고서를 소장하고 있다.
지난80년 1만권의 고서를 정신문화연구원에 기증하기도한 안씨는 『고서는 모든 신간의 뿌리』라며 『역사공백기의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3만여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윤형두씨(55ㆍ범우사대표)는 특히 고려 조선조의 각종 불경과 금속활자본 목판본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인쇄술발달의 자료실을 꾸며놓고 있다.
부회장인 박세록씨(53ㆍ오성송촌전기 고문)는 부기와 회계학 그리고 연애론에 관한 고서에 대해선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태준의 단편집 「돌다리」 「달밤」 등을 소장하고 있는 남윤수씨(41ㆍ강원대교수)는 『책을 갖고있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고서애호가로서 도저히 버릴수 없었다』고 불안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항일민족운동관계 문헌전시회(82년),개화기도서전시회(84년),여성관련도서전시회(87년) 등 활발한 전시활동을 펴고있는 고서동우회는 매년 「고서연구」라는 연구서를 내고 있고 올해에는 회원들의 원고로 손안에 들어갈 정도의 초미니 「좁쌀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동호회간사 전언영씨(40ㆍ주부)는 『가정의 문화전수자라고 할수있는 주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고서수집은 결코 어렵고 고리타분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회원으로는 고덕환삼영사대표,김영만염광여상 교감,김영진농촌경제연구 원장,김종헌남영나이론 전무,한승헌변호사,박성봉경희대교수,김훈동농협중앙회 차장,박헌영외환은행 암사동지점장,신세원목사,이청자한국여성개발원 연구실장 등이 있다.
고서동우회 회장 이상보교수(국민대 국문과)는 『일본의 고서동우회는 회원수가 2천명에 이르고 문화계승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있다』며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연락처는 5441806<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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