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변혁 영향 유럽국들 서둘러/소,아주서 철군결의… 미도 변화전략 핵을 제의한 군축대상은 크게 ▲재래식 전력 ▲화학무기 ▲해군력 등으로 분류할수 있다.
이중 군축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통상 지상군을 의미하는 재래식 전력이다. 해군력 분야는 소련이 적극적인데 비해 미국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여서 군축논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후진국의 핵폭탄」으로 불리는 화학무기 분야도 이란이라크전때 실제로 사용돼 세계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아직은 강대국간에 거론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래식 군사력 분야에서의 군축논의는 특히 유럽에서 급진전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도 부분적인 실현단계에 접어들었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비교적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는데 성공한 동구3국은 소련군의 철수를 요구했는데 이중 체코와 헝가리는 소련으로부터 전면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8만명의 체코주둔 소련군은 90년말까지,5만명의 헝가리 주둔 소련군은 91년 말까지 자국으로 철수한다. 동구 변혁의 결과로 안보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있음을 의식한 서구 국가들도 처음에는 미소 양국의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9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나둘씩 재래식 전력 군축분야에서 전향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서독 주둔군 6만7천명의 대부분을 철수시키는 것을 포함,자국의 재래식 군사력을 현재의 3분의2 수준으로 감축하는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유럽 전선에서 기습전 위협이 사라지는 마당에 현재와 같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감축안을 검토하게된 배경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서독 주둔군을 철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신중하지만 변화의 자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1월29일 의회에 제출된 국방예산안은 전년에 비해 2% 감축된 규모로 이에따라 폐쇄되는 12개의 해외기지중에는 유럽기지가 7개나 된다.
미국은 대소전략이 변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레이건 집권이후 줄곧 증가해왔던 국방예산이 마침내 유턴 커브로 들어섰다는 의의를 간과할수 없다.
몰타회담에서 미소양국은 90년말까지 유럽 재래식 전력감축협상(CFE)을 통해 유럽주둔 양국군의 감축규모를 정하자고 합의한 바있다. 몰타회담이후 급속도로 조성된 군축 분위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련이 동유럽 주둔병력 60만명중 30만명 정도를 철수시키는 내용의 협정체결이 예정대로 이루어질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주둔 소련군의 병력수가 미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점과 소련과 동유럽간의 지리적 인접성을 들어 당초 10대1의 비율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미국도 자국병력 철수규모에 점차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몰타회담 이전 미소의 유럽주둔을 각 27만5천명 수준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던 미국은 2월1일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통해 각각 19만5천명 수준까지 감축하자고 제의했다. 이는 미소 양국의 군축비율을 4대1로 조정한 것으로 양측의 입장이 점차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련은 불균형 감축의 원칙에는 합의했기 때문에 CFE 협정체결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소련은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 발표가 있던날 CFE협정체결 이후를 겨냥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미국과 나토 가맹국들이 서유럽에서 5년내에 주둔군을 모두 철수한다면 소련은 같은 기간내 동구에 배치된 소련군을 모두 철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것이다.
한편 아시아에서도 미국은 소련의 일방적인 철군 조치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필리핀 지역에서 해군기지 1곳을 폐쇄한것은 소련이 베트남의 캄란만 기지에서 철수하는것과 무관하다고 볼수없고,한국의 공군기지 3곳 폐쇄결정도 몽고와 중소 국경지역으로부터의 소련군 철군 및 감축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소련이 공언한대로 아시아 지역에서 군대를 모두 철수할 경우 미국도 이에 상응한 철군을 단행할것 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의 군축 속도 및 범위와 관련해 고려해야할 변수가 몇가지 있다. 우선 미국의 군수산업 및 그 고용원의 처리문제이고,유럽에서는 독일통일,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문제이다.
독일통일이 급속히 진전될 경우 소련과 미국은 유럽에서 완전 철군하기 보다는 얼마간의 병력을 남겨놓으려 할것이다. 통일된 독일이 군사강국화하는 것은 미소뿐만 아니라 주변국들 모두에게 위협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서방국들의 일부가 소련의 과감한 군축실천에도 불구하고 나토기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것도 그러한 두려움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위상은 유럽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세계 제2의 경제력을 갖고있는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서 아시아의 안보를 담당하게 된다면 미국의 경제적 실리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세력균형 유지에도 해롭기 때문에 미국은 유럽에서 보다는 신중한 철군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몰타회담 이후의 세계정세 변화는 재래식 전력부문에 관한한 범세계적인 군축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냉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다극체제가 정착할 때까지 각국은 군축의 규모와 범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적잖이 고민해야 할것이다. <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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