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민자당의 경제정책기조가 지금까지의 상대적 복지ㆍ분배우선에서 성장우선으로 선회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정책위의장들이 현재의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기조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아래 유도되어 나온 것으로 풀이되거니와 앞으로 있을 고위경제당정회의에서 그 방향수정이 구체화될 것인지 여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작금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꼭 경제위기로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겠으나 경제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의 우리경제정책이 분배우선과 성장우선사이에 끼어 뚜렷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한 탓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난국타개를 위해서는 양자택일이 있어야 하고 현시점에서는 분배우선정책보다 기업의 투자의욕과 근로자의 근로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드라이브정책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정책에서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이라는 것이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성장과 분배ㆍ복지의 비중이 다같이 막중한데다가 경제정책이 꼭 경제적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경제외적인 정치ㆍ사회적 요인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경제정책의 방향수정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최대의 신중성이 요청되는 것이며 최종결정에 이르기까지 개인의견의 발설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새해 들면서 경제당국은 경제위기 극복위원회를 구성하는등 경제활기의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경기침체는 좀체 나아질 것 같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물가마저 크게 들먹이고 있는 중이다. 수출이 계속 저미상태에 머물고 국제수지도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올해 경제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난국을 관리ㆍ주도해야 할 행정당국을 제쳐놓고 정치권에서 제각기 한마디씩 난국타개책을 들고 나선다면 정책수립과 수행상의 혼선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만약 경제당국이 정치권의 영향에 좌우되어 정책수립이나 수행에 차질을 빚게 되든지,실기를 하게 될 경우 그 부작용은 상상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물론 당정협의의 필요성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나 경제정책수립과 실천의 책임자는 어디까지나 행정당국이어야 하며 여당은 그 정책방향이 바르게 자리잡히고 효율성있게 추진되도록 협력하고 조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믿어진다. 그리고 행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갖가지 정책방안들은 내부적으로 미리 조정을 마친 후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다.
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분배ㆍ복지 우선이건 성장우선이건간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난국극복의 의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기업의 투자의욕이나 근로자의 근로의식의 고취도 물가의 안정없이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며 성장의 잠재력 확대도 물가의 안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도 강구되어야 하고 분배ㆍ복지책의 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줄로 안다.
지금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노사분규ㆍ과도한 임금인상ㆍ원고현상 등 악재들은 정부와 기업,근로자 등 경제주체들의 대응자세 여하에 따라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정부는 통화관리와 자금의 왜곡된 흐름을 바로잡고 기업의 투자마인드회생을 위해 신축성이 있으면서 일관된 정책을 견지해야 할 것이며,기업은 재테크등 비생산적 투자행위를 지양,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하고,근로자는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과격한 노사분쟁을 삼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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