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에 비상대권 부여 위한 포석/당 의장직 승계… 보수 숙청 예고/시장경제 수용ㆍ새 연방제 가시화세계 공산주의의 모태인 소련의 권력구조와 이념체계에 혁명적 변화가 임박하고 있다.
오는 5일 개막되는 소련 공산당 확대 중앙위 총회를 앞두고 소련언론들은 3일 이번 회의에서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규정한 헌법 6조를 삭제하는 한편,정치국과 중앙위 등 핵심조직을 폐지하는 대신 「정치 집행위」를 신설하는 것등을 골자로한 새로운 당강령 초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새 당강령의 핵심 내용은 또 당내 소수파의 의견 개진을 보장하고 각 공화국과 자치주 공산당의 독립성을 강화하며,경제면에서도 국가 소유와 개인소유의 「동일한 권리」를 도입하는 것 등이다.
이같은 공산당의 신강령은 소련이 동구국가들의 전례를 따라 다당제에 기초한 의회 민주주의와 획기적 시장경제 방식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각 공화국과 자치주의 독자성을 강화하고 신설될 정치집행위원회에 지방당 대표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지난달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방문때 약속한 새로운 연방체 구상을 가시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강령이 중앙위에서 채택될 경우 10월로 예정된 제28차 공산당대회가 3,4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대회에서 새강령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소련권력구조는 볼셰비키 혁명이후 최대의 변화를 맞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강령과 관련한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중앙위에서 강령의 핵심내용이 수정되지 않은채 통과될수 있을것인지 여부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직을 대체할 당의장직을 맡을 것인지 여부에 쏠려있다.
그것은 고르바초프를 지지하는 개혁파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치국과 달리 중앙위에는 상당수의 보수파들이 남아있고,이들이 당독재 폐기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당강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정치생명을 건 일대 결단의 산물이다. 그래서 이번 중앙위에서는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불꽃튀는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여러차례 드러났듯이 보수파의 존재란 고르바초프 권력을 위협할 수준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새강령은 결국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보수파로 알려진 유리ㆍ솔로비오프 전 레닌그라드 제1서기가 2일 갑자기 당에서 축출된것에서 볼수있듯이 당기구 개편을 계기로 보수파들이 대거 권력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높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새 당의장의 인선문제다. 최근 서방 언론들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직에서 사임하고 현재 맡고있는 최고회의 의장직을 서방세계의 대통령처럼 권한을 대폭 강화,강력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갖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3일 모스크바 방송이 보도한 공산당 조직개편안은 이같은 서방측 보도를 확인한 것이며 고르바초프는 최고회의 의장직과 함께 신설될 공산당 의장직을 당분간 승계할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수파의 반발을 누르고 새강령을 중앙위와 전당대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서기장직을 대신하는 당의장직을 당분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강령에 따라 다당제가 실시되고 당정분리가 이루어질 경우 공산당 의장직은 일개 정당 당수로 격하되기 때문에 전당대회 이후에는 당의장직을 측근에게 넘기고 강력한 국가원수직만 맡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이번 중앙위는 고르바초프가 부동의 권력을 굳히고 소련체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시작하는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폐지될 정치국은 어떤 기구인가/서기장이 대표… 소 최고의 국가권력 기관
이번에 폐지될 소련 공산당 정치국은 소련의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의 상징으로 주요한 정책결정 기관이다.
정치국은 또 영국의 내각과 같은 성격을 띠고 국가의 모든 업무를 관장,처리해왔다.
정치국은 구조상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부속된 하나의 국에 불과하고 국원들은 중앙위에서 선출토록 돼있으나 사실상 정치국 자체의 결정에 의해 임명돼왔다.
소련의 정치사를 보면 정치국을 대표하는 서기장들은 이를 장악,자신의 권력을 행사해왔으나 때때로 국원들의 견제를 받아왔었다.
따라서 이번에 정치국과 중앙위원회를 폐지하고 그대신 새로 신설되는 「정치 집행위」의 권력이 집중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소련 정치국 제도는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 2주일 전에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돼 레닌,스탈린 등이 정치국원으로 임명됐었다.
레닌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국은 1917년과 21년까지 민주적으로 운영돼왔으나 그의 사후 스탈린은 대숙청으로 권력을 새롭게 구축한뒤 53년까지 독재체제를 이끌어 나갔다
53∼56년 사이의 권력 과도기를 거쳐 57년 서기장에 취임한 흐루시초프는 탈스탈린주의 정책을 펴면서 장기집권하는듯 했으나 농업정책 실패와 쿠바사태로 64년 실각했다. 이후 브레즈네프가 정치국원들의 지지를 얻어 권력 핵심에 자리를 잡았고 81년까지 안정기를 유지하면서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정치국을 운영해왔다.
82년 그의 사망에 이은 3년간의 과도기에 안드로포프,체르넨코 등이 서기장직을 이어받았으나 이들은 각각 병으로 사망했다.
85년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직에 오르면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도입했고 이에따라 보수파 및 원로정치국원들을 축출하고 새로운 권력기반을 다졌다.
고르바초프는 대부분 측근들을 정치국에 임명했지만 정치국은 전통적으로 보수주의적 성향을 띠었다.
특히 권력승계는 이 집단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임기 또한 규정이 되지 않아 숙청되거나 축출되지 않을 경우 장기간 그대로 머무를 수 있다.
또 마르크스레닌주의 노선을 따라 당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나서기 때문에 고르바초프등 개혁세력에는 항상 걸림돌이 돼왔다.
소련 정치국은 이제 고르바초프의 「정치혁명」에 의해 73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소련연방내 각 공화국의 지방공산당 대표를 포함한 새로운 대의원으로 구성될 정치집행위원회로 탈바꿈하게 됐다.
한편 소련 정치체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결기구인 전당대회는 5년마다 개최되며,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의원들의 모임인 중앙위원회는 6개월에 1회정도 개최된다.
현재 중앙위 위원은 지난 27차 대회에서 3백7명이 선출됐으나 지난해 봄 보수파에 대한 대숙청으로 2백51명으로 줄어들었다.
정치국은 정위원 및 후보위원으로 구성되며 후보위원은 발언권은 있으나 표결권은 없고 정위원은 16명이하,후보위원은 9명을 상한선으로 하는 내규가 있는데 현재 정위원은 11명,후보위원은 7명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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