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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정국/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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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정국/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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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물타기나 뻥튀기기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주식을 증권시장에 공개ㆍ상장하기 전에 실세를 능가할 정도로 미리 증자를 해 업주나 대주주가 자신의 몫을 부풀리는 수법을 일컫는다. 마치 자린고비가 쇠고기 국솥에 무한정 물을 퍼부어 국맛을 멀겋고 싱겁게 만드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아냥인 것이다.그런데 그런 물타기가 증시나 업계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최근 자리를 함께 했던 중소기업 경영의 한 친구는 요즘의 정국이야말로 물타기가 아니고 뭣이냐고 열을 올렸다. 여소야대 정국이 하루아침에 개헌선을 넘는 여대로 돌변했으니 국솥이 넘치게 물을 부은 꼴이 아니냐는 입방아였다.

또다른 친구는 지금 정치권이 3개 정당을 뒤섞는 반죽을 요란스레 하고 있는데 반죽을 잘 하려면 물타기라도 해야할 것이라고 넌지시 거들었다.

그런가하면 부산서 올라온 어느 지인은 요새 정국을 「대지각 변동」으로도 표현했다. 단 한사람을 빼고는 모두가 야당일색이었던 부산의 국회의원 판도가 전원 여당의원으로 바뀌게 된다니 천재지변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지각변동이라는 것이 상층부와 중간층과 하층부가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건 아닌지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지각이 제멋대로 움직이면 바로 지진이 된다. 귀신같이 은밀히 합당을 결정한 정당 보스들의 행보가 가히 전격적이었다면,그 바로 아래쪽 의원들의 행보는 그만 못하고,더 아래쪽의 조직이나 유권자들은 어리둥절한 탓에 더욱 행보가 굼뜨고,결과적으로 지진때와 같은 균열이나 솟구침과 침강이 없으라는 법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정치판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여당이 끝내 주게 선정을 베푼다 해도 언제나 30%쯤의 야당표는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성이 유별났던 부산의 경우 전원의 여당화를 급하게 밀어 젖혔으니 대지각 변동 소리가 나왔던 것임을 짐작할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마치 물을 너무 부어 국솥이 흘러 넘치듯,원래의 여당안에서도 티격태격의 잡음이 들리고 원래 야당쪽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당 불참의원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거창하게 평생동지를 장담했던 어제의 창당주역들이 따돌림을 당한게 너무 서운해 술잔을 앞에 놓고 합당의 공신이된 신주류 인사에게 시비를 걸었을 법도 하다.

또 어제의 반골들이 장관될 꿈에 젖었거나 지긋지긋한 만년야당에서 벗어나 한번 힘을 쓰게될 날을 꼽아보며 요모조모 이해득실을 따지고 유권자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고 있는 모습들도 어찌 보면 어쭙지않은 물타기 정국의 현상일 것이다. 여권의 부인이 뒤따랐다지만 신당 이탈세력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설도 뒷맛이 텁텁할수 밖에 없다.

물이란 좋은 것이다. 생명을 지탱해주는 생명수 구실에 과거의 얼룩을 지워주는 세정역할도 해낸다. 물타기 정국 소리를 듣는 오늘의 정치가 부풀린 욕심들을 버리고 깨끗한 「물갈이 정국」을 펴 보일때는 언제쯤일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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