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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본격화 가능성(막오른 미군감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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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본격화 가능성(막오른 미군감축:4)

입력
199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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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장애물” 명분 제거/대미 접근 가속화 될듯/군비 경쟁상 소 더 의존… 개방압력도 가중/체제내 문제로 당분간은 “완전철수”주장주한미군 감축은 단기적으로 안보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일환경을 개선시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힘에 의한 패권주의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한 국익 우선주의로 선회하는 현 국제정세하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주한미군 철수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대남ㆍ대미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분단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해왔고 미군주둔을 남북대화의 결정적 장애라고 선전해온 만큼 미군철수는 남북관계 개선의 명분상 장애물을 제거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그들의 과거주장은 논리의 바탕을 잃는 만큼 남북대좌의 자리가 보다 쉽게 마련될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고려연방제」나 「포괄적 평화방안」 등에서 전제조건으로 삼고있는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해결됨으로써 남북간의 통일ㆍ평화 방안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될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

특히 동서 화해분위기와 북한의 경제난에 따라 90년대 중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군축회담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있어서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최근들어 한국과 중ㆍ소 및 동구권과의 관계개선이 빠른 속도로 진척됨에 따라 미국과의 접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87년 KAL기 폭파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국가로 지정해 외교접촉을 중단해온 미국에 대해 북한은 북경에서의 외교관 접촉을 요청,지난 88년 12월6일이후 지난달 18일까지 7차례의 참사관급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미국을 「원쑤」의 나라로 공격해온 북한으로선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한 그들 스스로의 논리상 미국과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위해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미ㆍ북한간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북한과 소련과의 관계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단기적으로 북한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철수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비증강을 진행할 것이라고 판단,그에 대비하는 군비확충을 계획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주한미군의 존재에 따라 미소간의 세계전략에 크게 좌우됐던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미군철수로 상대적인 불안정성에 처하게 된다고 판단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군비지원을 소련에 요청할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소 의존도가 심화됨으로써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동북아 전략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극동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이 감소함과 동시에 소련의 팽창주의도 함께 후퇴함에 따라 북한의 소련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같은 군사적 패권주의의 세계적 퇴조는 미소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경제난에 의해 점차 국제문제 개입을 자제하고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려는 추세에서 살펴볼수 있다.

북한은 이같은 대소관계의 변화 아래,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한국 및 일본등과 손잡으려는 소련측의 개방 및 남북관계 개선 압력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은 주한미군철수의 이러한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그들의 대내통합상의 어려움 때문에 당분간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분단이후 줄곧 「주한미군=남조선은 미국의 식민지=남조선 해방」의 등식을 대내적으로 선전해온 북한은 미군철수가 가시화됐다고 해서 통치의 근간인 「남조선 해방」 신화를 하루아침에 중단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6차 남북 고위급 예비회담이 끝난뒤 남북대표단장 백남준이 『주한미군 감축발표는 제스처일뿐』이라며 『미군은 완전철수하라』고 주장한 대목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현재 심각한 경제난과 김일성 부자의 권력승계문제,동구의 변화등 중대한 체제위기에 서있는 북한으로선 주한미군 철수가 저항할수 없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가져오기 전에 변신을 끝내려 할것이다. 즉 어쩔수 없이 개방과 남북관계 개선의 대세에 끌려들어가기 전에 경제개발,권력승계 기반구축,대남논리의 재정립 등 개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적절한 시기를 놓쳐 개방에 대한 내부준비를 마치지 못할 경우 북한은 주한미군이 완전철수 하더라도 「남조선 해방」을 위한 다른 논리와 명분을 개발,남북관계 개선을 회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우 북한은 극도의 국제적 고립속에서 폐쇄정책을 고수하게 될것이 틀림없다.

현상적으로는 북한의 변화 움직임이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으나 이미 내부적으로 개혁정책이 시작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많다. 안보와 통일이라는 두개의 얼굴을 지닌 주한미군 철수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동인이 될수있으리라는 전망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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