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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원 잇단 불참과 민정중진들 세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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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원 잇단 불참과 민정중진들 세 다툼

입력
199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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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이탈… 신당행로에 “고민”/민주 부산출신 의원 반발 더 곤혹/민정 박장관 독주 소외파 큰 불만/평민 겉은 희색 내심 야통합 압력에 고심통합신당인 「민자호」가 출범전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깃발을 내려야 하는 민정당은 창당주역들과 신주류의 갈등이 내연하고 있으며,정통야당에서 여당의 한부분으로 들어가는 민주당은 소속의원들의 이탈로 고민하고 있다. 또 4당체제에서 호황을 누려온 평민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하면서 야권통합파의 거센 도전과 보혁구도의 강요에 직면하고 있다. 민정ㆍ민주ㆍ평민ㆍ민주잔류파들은 하나같이 불확실한 질서 재편 과정에 불안한 모습들이다.

○야권의 진통

○…「1ㆍ22 3당합당」 발표로 일단 충격요법에 의해 민주당을 결속시켰던 김영삼민주당총재는 서서히 당내외에서 밀려오는 도전의 물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달 30일 당의 간판을 내린후 김총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신당이탈의원이 늘어가는 추세이며 또 한편 김총재와 당내 신당추진세력이 그리고 있는 신정치 질서에 대한 효과적인 당내외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밖에 신당내에서의 김총재나 민주당의 개혁의지 관철이 가능하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신당거부의원들이 늘어나는 사태는 김총재등 신당추진세력에게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적잖은 충격이 되고 있다. 김정길ㆍ노무현ㆍ장석화의원 등의 이탈은 당초부터 각오했고 신당의 성격상 동참을 끈질기게 권유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며 단지 다른 의원들에게 미칠 영향에 더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러나 이기택 김현규부총재와 김광일의원의 이탈은 김총재에게 곤혹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부총재는 직계는 아니지만 성향이 보수적이어서 그가 생각하는 보혁구도에도 적합한 인물이다. 또 중간보스로서의 위치를 생각할때 신당내 민주당의 지분확보에 긴요하며,만약 이탈할 경우 통합파의 구심점으로 내내 자신을 괴롭힐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김광일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야권통합파와는 다른 입장에 서있었고 따라서 신당에 참여할 경우 여권내 개혁에 한몫 할 것으로 기대했던게 사실이어서 김총재의 마음이 어둡다.

김의원의 이탈은 이총무의 행동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김총재의 거점인 부산출신이라는 데 민주당의 모양새는 흠집이 난 것이다. 최형우의원이 2,3일내 거취를 정할 예정인데 전체적으로 6,7명정도의 이탈자가 생길 전망이다.

이탈자가 많아질 경우 신당내에서 민주당의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작아지지 않겠느냐는 조바심을 김총재측근들이 갖는 것도 사실이다.

5명의 이탈자외에 2일 현재 이탈가능성이 높은 의원은 최형우ㆍ정정훈의원정도이다.

김총재측근은 아니면서도 신당 참여의 뜻을 굳힌 의원들은 그러나 당내 신당추진세력들이 당을 끌고 가는 방식에 클 불만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새 정치의 틀을 만드는 데 어느정도 비밀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공개작업에서 비측근이 너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5인추진위의 민주당 몫 5명중 4명이 김총재측근들로 채워지고 있는 점을 들어 『측근참모는 숨겨두는 슬기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총재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3당합당이 국민에게 줄 민주당 즉 비전을 널리 홍보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정통야당이 하루아침에 여당으로 참여했는지를 정치적 시대적 상황을 들어 정당화할 이론의 틀을 만드는 데 미숙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을 당황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정계변혁을 추진하면서 당차원의 홍보물 한가지도 만들지 않은채 신당합당에만 골몰하거나 방관하는 두가지 흐름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지도부는 『집권여당인 민정당이 간판을 내리는 정치상황을 미래지향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정계개편 막후인 황병태의원은 『민자당의 구도는 장기적인 것이며 민주당의 참여없이 성공할수 없는 것』이라며 『창당과정에서 가시화될 개혁조치들이 무엇을 말해주는 가를 봐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영삼총재가 더이상의 이탈자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신여권이 악법개폐,구속자 석방등 개혁적 조치로 앞으로 정국구도가 민주대 반민주의 대결구도가 아니고 정책경쟁으로 나간다는 추세를 불안해 하는 당내인사들에게 보여줘야 하고,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이 집권당에 흡수되는게 아니라 여ㆍ야가 새로운 정당에 참여한다는 실감을 느끼게 해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기택부총재의 참여로 구심점을 얻은 야권통합파들은 야권신당추진을 목표로 세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길ㆍ노무현의원등 최초잔류파에다 이부총재ㆍ김광일ㆍ장석화의원 등이 민자당에서 이탈함에 따라 민주당잔류파는 모두 5명. 최형우의원도 금명 민자당이탈쪽으로 기울 것으로 알려져 3당합당까지는 6,7명에 이를 전망인데 김총재측근들과 통합파는 유동적인 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제로섬게임을 하는 형편이다.

통합파들은 1차목표를 무소속의원 2,3명과 합류해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인데 현재의 상황으로 이같은 목표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통합파들은 따라서 우선 야권신당을 민자당 창당에 대응하여 추진해가면서 김대중평민총재의 2선후퇴 압력을 가해 평민통합파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통합파들 중에도 보수적인 이부총재와 진보적인 노무현의원등 이질적인 구성으로 민자당이 개혁적조치를 단행하며 출범할때 자칫 샌드위치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민당은 민주당잔류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면서도 거세어질 야권통합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평민당내 통합파인 조윤형 정대철 이상수 이해찬의원 등은 민주당잔류의원들과 수시로 접촉을 갖고 공동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민주의원들이 평민당에 합류해 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민주당잔류의원들이 주축이된 야권 신당추진세력에 선뜻 가담할 입장도 아니어서 당분간은 관망을 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것 같다.

평민당은 통합파의원들이 관망의 태도를 보이는 것과 발맞춰 당외인사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대중총재가 2일 아침 민주당의 김상현부총재를 동교동자택에서 만난 것도 영입작업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평민당은 민주당잔류의원들이 뜻을 같이하는 원외인사들과 함께 결국은 야권신당을 결성할 것으로 보고 이들의 합류를 모색하기보다는 영입인사를 통한 수혈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여권과 야권의 신당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때 야권통합등을 위한 계획을 본격화 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여권의 알력

○…야권의 동요가 예상보다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은 그렇다쳐도 신당의 최대주주인 여권의 집안사정도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물론 신당이 일단 대세를 업고있고 권력적 속성이 강한 여권의 생리상 이같은 갈등은 속앓이 형태에 머물고 있다. 또한 정계개편의 당위성이 오래전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온 터라 여권내 갈등의 이면엔 신당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려는 각 세력의 이해계산이 숨어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의 잡음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해왔던 정계변란의 여진이 생각밖의 폭과 깊이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신사고를 기치로 신당을 추진해왔던 여권핵심파들이 노태우대통령중심으로 한 위계질서를 과신,밀실속에서 일을 꾸며온 「구사고」에 젖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당추진파들은 여전히 당내 불만을 「찻잔속 태풍」으로 치부하고 있으나 갈등세력의 주축이 당내지분을 가진 중진층이라는 점에서 신당호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당출범을 못마땅하게 보는 세력군은 크게 민정당 뿌리파,5공청산협상팀 등 전ㆍ현 당직자,정호용 전의원지지파,원외세력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들은 전격적인 「1ㆍ22통합선언」 이후 조심스럽게 신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왔으나 최근 이들의 갈등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 31일 전ㆍ현당직자들의 청와대만찬석상과 1일의 임시전당대회.

청와대만찬은 노대통령이 당내잡음을 평정하고 향후 신당에서 박태준대표를 축으로 민정계의 결속을 당부키 위해 마련된 자리. 그러나 6공신주류의 한사람이었던 이춘구 전총장이 「불참」한게 자리를 어색케 만든 동기였는데 이날 노대통령이 밤8시께 자리를 뜬 뒤 당정고위관계자들만으로 계속한 주석이 「언쟁」으로 비화됐다는 것.

○…이같은 예에서 보듯 현재 큰 주목을 받고있는 사람은 이춘구 전총장. 6공탄생 과정부터 노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이 전총장은 지난달 22일 청와대만찬에도 불참한 것을 비롯,1일의 전당대회때까지 일체 당과 연락을 끊고있다. 이 전총장은 이미 1월중순 신당얘기를 전해듣고 그 형태와 시기에 비판적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전총장의 잠적은 결국 자신의 주장이 무시되고 박장관의 구도대로 정계개편이 추진된 데 따른 불만을 「행동화」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안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이 전총장을 놓고 정계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형편.

이와함께 이한동 전총무도 이 전총장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들은 자신들이 5공청산이란 힘든 일을 하는 뒷전에서 일부세력이 무리하게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해 온 것에 불쾌감을 표시해 왔다. 이들은 정계개편의 당위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껴오긴 했으나 일단 5공청산이 매듭된 만큼 정상적인 4당체제를 운영해 본뒤 합리적 방법과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평소 호남을 배제한 정계개편을 강력 반대해 온 이종찬 전총장의 경우 일단 대세를 따르기로 했으나 개운찮은 입장이다. 이 전총장은 합당선언을 전후해 박장관과 김윤환 전총무등 소속의원들은 물론 권익현 대표 등을 다양하게 접촉,여론을 청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박대표를 중심으로 신당에서 민정계를 결속키로 생각을 굳힌듯 하다.

이 전총장의 경우 신당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으리란 이해도 걸려있긴 하나 본인은 『신당의 후유증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최소한 민정당의 자체개혁을 선행시켰어야 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정동성총무의 경우 불만의 성격은 다르지만 당3역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당구도가 이뤄진것과 결과적으로 「반짝총무」에 그친것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

○…정 전의원 서명파의원들도 이번 정계개편의 주역이 박철언정무1장관이라는 점에 일차적 반감을 나타내며 소극적 입장의 관망태세. 이같은 당내갈등의 와중에서 앞으로 「노대통령의 분신」역을 맡게 될 박태준대표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박대표는 최근 심명보 전총장등 당내 중진들과 잇단 회동,당내 갈등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월계수회등 당외곽조직에 따른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고 자신의 당내 「착근」도 확실치 않은 상태여서 구심점이 될수 있을지는 점치기 어려운 상태.<김수종ㆍ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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