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여 소요… 만장일치 박수로 통합 의결/대형 표어판뿐 피켓물결 사라져 파장 역력/신당 긍정연설에 일부선 “아부말라” 야유도○…합당결의와 수임기관 지정을 위해 열린 1일 하오의 민정당 임시전당대회는 9년여 동안 지켜왔던 당의 간판을 내리는 사실상의 고별행사여서인지 시종 착잡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
이날 대회에는 9천72명의 대의원중 8천76명이 모인 높은 참석률을 보였으나 많은 대의원들의 얼굴에는 서운한 빛이 역력했고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들.
○…대회장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 대강당에는 「노태우총재와 함께 더 넓은 세계로 더 밝은 미래로」라는 대형표어판 3개만이 단상 위와 강당벽에 내걸렸을 뿐 피켓물결등 종래의 전당대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고향의 봄」 「손에 손잡고」 등 노래가 방송돼 분위기를 가라앉혔는데 한 하위당직자는 『가슴은 울고 얼굴은 웃는다』는 말로 이날의 감회를 피력.
○…이날 전당대회는 개회에서 폐회선언까지 정확히 1시간이 소요,일사천리로 진행돼 마지막 순간까지 여당 본연의 일사불란함을 유감없이 발휘.
이날 대회는 초청장을 보냈던 권익현전대표를 비롯한 13대 낙천의원들 대부분이 불참했는데 이춘구 전총장과 정호용 전의원,박철언정무1장관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아 묘한 느낌.
또 이재환전의원은 「살신성인」이라고 쓴 어깨띠를 두른 채 대의원석 맨 앞줄에 앉았는데 이전의원은 『민정당이 큰 몫만을 너무 주장하다보면 합당이 안된다』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되 우리몫만을 주장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피력.
○…대회장 단상에는 박준규전대표도 다른 고문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대의원석에는 이종찬 심명보전총장 김윤환ㆍ이한동전총무 등 중진급들이 대거 참석,민정당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으나 모두들 굳은 표정들.
이날 현역의원들의 반응은 「발전적 해체」라는 긍정론이 주류를 이룬 데 반해 원외위원장들은 대체로 못마땅하다는 반응들로 윤석순전의원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러왔다』고 했고 이치호 이학봉 장영철 정동호 정창화의원 등 이른바 서명파의원들은 대회장 밖에서 서성이다 퇴장.
○…윤길중ㆍ김정례ㆍ임방현고문을 임시의장과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한 뒤 있은 당무보고에서 박준병사무총장은 『이 자리는 기약없는 이별의 자리가 아니라 더 큰 뜻으로 뭉치는 새로운 만남의 자리』라면서 『우리의 역사적 결단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명예로운 정치혁명이란 확신을 갖자』고 당부.
이어 남재희중앙위의장의 합당의결과 수임기관지정 등 안건에 대한 제안설명에 이어 윤임시의장은 『애써 지켜온 당명을 바꾸게 된 나로서는 남다른 감회와 아쉬움을 갖는다』면서 부의 안건을 상정.
그러나 이날 제안설명에는 당초 「당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사에 대해 사전에 당원동지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나 사안의 성격상 그런 절차를 취하지 못한 점을 이해바란다」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으나 대의원들을 공연히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인지 이 부분이 아예 삭제돼 눈길.
윤의장은 9년간의 민정당을 간략히 회고한 뒤 안건의결을 위해 만장일치 박수를 유도,합당결의와 중집위수임기관 지정은 쉽게 의사봉 3타로 종결.
○…이날 대회의 유일한 해프닝은 총재치사에 이어 설영주대의원(성동을지구당위원장)이 예정에 없이 행한 신상발언이 고작.
설씨는 합당의 당위성을 긍정하는 내용의 웅변조연설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연설도중 사회를 맡은 박희태대변인이 『이제 그만 해달라』고 사정하기도 했고 좌석에선 『내려와,내려와』 『아부하지마』 등 야유와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이날 노태우대통령은 박태준대표가 대독한 치사에서 『나자신 지금 이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뜨거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으며 당원동지여러분의 심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지나온 시대가 소중했던 만큼 우리의 미래는 더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
노대통령은 이어 『지난날 야당의 위치에서 민주화투쟁을 줄기차게 전개해온 정당도,지난 시대 조국근대화의 기치아래 경제건설을 주도해 온 세력도 이제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념아래 우리당과 한데 뭉쳐 민주ㆍ번영ㆍ통일의 과업을 완결해야 한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고 합당의 당위성을 역설.
○…이날 대회는 특히 애국가를 4절 가사만으로 제창했는데 『이기상과 이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구절이 이날 행사의 뜻과 합치됐기 때문이라는 게 한 당직자의 설명.
대회는 결의문 채택과 당가제창 만세삼창으로 종결됐는데 한 대의원은 퇴장하면서 『민정당이여 영원하라』고 외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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