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닻내린 모선/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닻내린 모선/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2.02 00:00
0 0

민정당은 9년전 처음 출범할때 일본 자민당을 모델로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인적구성도 지난시대의 여야정치인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을 망라했다. 주체세력은 물론 군출신인사들이었다. 일본자민당처럼 거대여당으로서 집권의 장수를 누리고 싶었던 것은 물론이다.그래서 창당당시 민정당이 상대할 정당은 국내에 있지 않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북한의 노동당이 그들의 상대당이라고 큰소리 쳤던 것이다. 국내의 다른 정당은 모두 민정당을 따르는 보조정당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민정당은 모선이고 다른당은 자선이라는 비유까지 서슴치 않았다.

선거도 하기전에 대여당을 표방하고 나선 민정당은(하긴 민한당도 창당때부터 전통야당을 자처했지만) 81년 11대 총선에서 압승(민정 1백52ㆍ민한 82ㆍ국민 25ㆍ무소속 17석)을 거두었다.

그러나 84년 12대총선에서 전체의석은 변동이 없었으나 서울등 대도시에서 참패를 당했다. 신야당 돌풍에 휘말려 대여당으로 군림했던 모선 민정호는 이때부터 거센 풍랑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제도권야당이라 불려졌던 자선민한당은 신민당에 흡수되어 형체마저 볼수 없게 되었다.

그후 끊임없는 위기상황을 6ㆍ29선언 등으로 아슬아슬하게 넘기긴 했으나 13대 총선서는 소야의 위치로 떨어져 버렸고 창당 9주년을 넘긴지 며칠안되어 1일 스스로 해체를 선언하기에 이른것이다.

9년전 일본자민당을 모델로 그리며 무적함대처럼 의기양양하게 닻을 올렸던 민정당이 또다시 같은 자민당의 모습을 좇아 이름도 비슷한 민자당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는 모습은 정말 아이로니컬하다.

북한노동당과 대결하겠다며 대여당으로 출범했던 모선 민정호는 10년을 가지못하고 닻을 내려버린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전통야당과 공화당이라는 구여당을 끌어들여 다시 일본자민당식의 정치를 시도하겠다는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은 보는이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케한다.

크게보아,우리 헌정사에 3개의 집권당이 있었다고할때 민정당은 가장 단명으로 끝난 셈이다. 자유당은 12년 공화당은 18년을 지속했으나 민정당은 10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이 남아있고 민정당이 제1당으로있는 13대국회도 임기가 2년이 더 남아 있다고 하지만 민정당이 스스로 간판을 내린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집권기간이 많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의사에따라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했다는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집권연장에 광분하다가 비운의 종말을 맞은 두 선임집권당에 비해 확실이 진일보한 처신임에 틀림없다.

그런의미에서 불명예스러운 장수보다 명예스러운 단명이 훨씬 더 돋보일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