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이 간판을 내렸다. 지난 81년 급격히 등장한 신군부의 정권유지를 위한 한 장치로서 창당되어,6공수립 후에도 5공의 잔재를 그냥 안은 채 존속해오던 민정당이 9년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 당의 발전적 해체를 단행하게 된 이 마당에 우리는 굳이 5공의 원죄와 관련된 민정당의 지난 발자취를 더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나라 정당사상 집권하는 당으로서 주인공을 바꿔가며 연속집권에 성공한 유일한 당이요,집권도중 당을 해체하는 전무후무한 정당이었다는 사실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당초부터 줄곧 정통성시비에 휘말려왔으며 6공들어서는 여소의 설움을 씹어야 했던 민정당이 이제 새로운 범국민정당 창건에 참여함에 있어 그 합당의 대의명분이 과연 국민의 이해와 동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순전히 새 당의 앞으로의 행적여하에 달려 있다고 우리는 보고있다.
노대통령의 치사내용처럼 『나라와 국민의 힘을 소모하는 정치를 마감하고 번영하는 나라를 이루는 창조적인 정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신당의 지향하는 방향이 과거의 민정당 시절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져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문자 그대로 개혁을 주도해나갈 신당의 일익을 담당하고 민정당 시절에는 당내여건상 이룩하기 힘들었던 일부 권위주의 잔재의 청산에 구민정당 인사들이 솔선 앞장서는 자세의 확립없이는 신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망은 물거품으로 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해두고 싶다.
과거와 같은 파행적 정치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민정당이 집권당이면서 기득권의 상당부분을 야당한테 양보해가며 합당으로 내닫게된 최대의 이유도 자체의 힘만으로는 하기 힘든 내부정화를 외부의 이질적 요인들과의 조화로써 이룩해보려는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해당과 함께 신당참여에 나선 민정당으로서는 「과거」를 어떻게 뛰어넘고 지난날과 달라진 새 여당의 모습을 구축해내느냐 하는 것이 시급한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거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 5공핵심과의 마찰,시국사범들을 다루는 정책과 자세의 시정및 전환,야당에서 합세해온 세력들과의 정치적 조정,만만치 않은 자체내 반발세력의 무마와 그로 말미암은 부작용외 최소화등 당장에 생각나는 어려움만도 수없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되어야 할 신당의 책무는 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시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일이고 모든 국민이 그같은 신당의 의지와 실천을 인정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민정당을 민자당(가칭)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뼈와 피를 보충ㆍ보강시킨 새 정당의 탄생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구민정당인사들은 결연히 명심할 필요가 있을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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