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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각(막오른 미군감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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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각(막오른 미군감축:3)

입력
199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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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안보 한ㆍ일 양국이 주역”/“사령부만 존속” “공군만…” 2개안 검토/안팎 군축여론 업고 분담 더 요구할듯미국정부가 발표한 한국내 3개공군기지 폐쇄방침은 그동안 논의만 무성하던 주한 미지상군철수의 D데이가 한발짝 더 가깝게 다가왔음을 예고하는 신호이다.

이번 기지폐쇄조치의 의미는 미국쪽에서 보면 리처드ㆍ체니 미국방장관의 표현대로 「부대배치의 부분적 조정」이며,오히려 주한 미공군의 군사적 효율성을 증대시켜주기위한 개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시말해 미군은 이번 조치로 한국내 배치된 모든 미전략공군기들을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있는 군산과 오산으로 통합조정할수있게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이번 수원ㆍ광주ㆍ대구기지 폐쇄조치가 궁극적으로 주한 미지상군철수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대한 방위비분담 압력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측의 이같은 대한압력은 오는 14∼17일 서울을 방문하는 체니국방장관에 의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7월 개최된 제2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과거 연간 4천만달러였던 연합방위증강사업(CDIP)과 관련한 한국측부담액을 대폭 늘려 금년에는 3천만달러,내년에는 4천만달러,그리고 92년에는 5천만달러씩을 각각 추가로 부담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공군기지 페쇄조치를 계기로 오는 4월1일 이전에 미의회에 제출토록 돼 있는 주한미군감축에 관한 보고서작성을 위한 한국측과의 협의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분담금증액을 끈질기게 요구할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철수와 관련,미국은 크게 두가지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하나는 대부분의 주한미군을 사령부의 기능만 남긴채 철수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미7공군력을 현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지상군 병력을 2분의1,또는 전면철수하는 방안이다.

미국정부는 이번 미공군기지폐쇄와 관련한 2천여명의 공군소속 비전투요원 이외에도 금년내 3천여명의 미군을 추가로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주한미군의 구체적인 철수방법과 시기등은 현재 진행중인 양국관리들간의 협의과정을 통해 점차 드러나겠지만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략공군과 경보병 전투부대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한반도 방위전략을 구상해오고 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레이건행정부 이래 주한미공군의 질적향상을 꾀하는 한편 지상군도 근대화된 경보병체제로 전환해 왔다.

공군의 경우 지난 81년 최신예 F16기가 외국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에 배치됐으며 82년에는 공중근접지원기인 A10이 들어왔고 86년에는 일본주둔 314비행사단이 주한미7공군에 배속됐다.

이와함께 80년대 중반부터는 팀스피리트기간중 미본토로부터 경보병신속배치군(RDF)을 한반도에 투입하는 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런점에 비춰볼때 주한미공군 기지를 폐쇄키로 한 미국의 조치는 이처럼 변화된 작전개념에 기초한 미국의 전력증강계획이 이미 성공적으로 종료됐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체니국방장관이 이번 기지 폐쇄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군이 어떠한 위험에도 대처할수있는 「신축적 대응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이번조치로 한반도에서 미군의전쟁 억지력에 변화가 있을수 없음을 역설한 사실이 바로 이같은 미국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존ㆍ쿠시먼 전주한미1군단장등 미국의 일부전략가들은 주한미전략공군및 일부병참부대를 제외한 미지상군의 전면철수와 함께 일본에 「동북아사령부」를 설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들은 또 한미야전군사령부(CFA)를 해체하고 서부전선의 방위를 한국군에 전담토록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동서간의 전반적인 화해무드,경제력에 상응한 한국과 일본방위력향상 등을 고려할때 점차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이 동북아안보의 주역이 돼야한다는 기본인식하에 한일간의 상호군사협력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왔다. 단지 이들 두나라 국민들간의 민감한 「과거」를 고려,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일에 신중을 기해온것이다.

그러나 한미간의 전통적인 군사동맹관계가 조만간 크게 변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한국등 우방에 대한 방위공약은 확고하며 『우방과의 협의가 없는 일방적 감군이나 철군은 없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변함없는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공군기지 폐쇄조치에서 보듯이 「확고한 공약」이 곧「미군불철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정부는 재정적자와 동구의 변혁으로 인한 세계 안보환경의 변화로 국내외로부터 끊임없는 군축압력을 받고있다.

최근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들의 68%가 한국 일본등 아시아국가들의 방대한 경제력이 미국의 이익에 최대의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바로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대한감군협상에 임할것이 거의 확실하다.

주한미공군력의 일부 철수로 본격화될 한미간의 협상을 앞두고 『국가간에는 영원한 동맹관계가 없으며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을뿐』이라는 영국 정치가 파머스턴의 경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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