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상오10시 동양공전생 설인종군 상해치사사건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서부지원 113호 법정은 여느 학원사건 재판때와 달리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였다. 재판장 노원욱부장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할때는 숙연하기까지 했다.『학원프락치가 학생들 사이에서 증오의 대상이 돼있어 피고인들이 설군의 프락치여부를 밝히려 했던 점은 이해되나 그 방법은 최고의 지성을 갖춘 대학생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잔인하고 비인간적 이었습니다』
법정 최고형인 징역15년∼7년을 구형받은 연세대생 6명과 고려대생 3명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방청객들도 굳은 표정으로 재판장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 대학생재판에서 벌어지던 소란행위는 일체 눈에 띄지 않았다.
『참평화와 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소리쳐왔고 공권력의 고문을 맹렬히 비난해온 피고인들이 4시간 이상이나 설군을 때려 숨지게한 행위는 어떤 논리로 설명해야 할지 납득할수 없습니다』
노부장판사는 준엄하게 학생들을 질책하고 최고 징역8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14일 사건발생 한달여만에 기소된 이 사건을 심리해온 1심 재판부로서는 짐을 벗은 셈이다.
사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맡은 뒤부터 양형문제로 고민을 거듭해왔다. 노부장판사는 그동안 대학생인 아들과 늦은 밤까지 토론을 벌이거나 운동권학생들을 직접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피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땅에 참민주주의가 정착돼 모든 불법적인 폭력이 사라지고 다시는 시국과 관련해 학생들이 법정에 서는일이 없게되기를 바랍니다』라는 판결문의 내용은 그런 대화의 소산이었다.
노부장판사는 법조계 주변의 예상보다 다소 가벼운 선고를 마친뒤 이례적으로 『반드시 항소해 상급심의 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피고인들에게 당부하기까지 했다.
피고인들이 죄책감으로 항소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배려와 자신의 판단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이날 재판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도록 해주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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