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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사회/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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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사회/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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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시원한 지방으로 연어낚시를 가고 겨울이면 상하의 나라로 골프나 수영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이제는 가족 휴가나 놀이도 해외가 아니면 시시해졌을 정도로 눈들이 높아졌고 씀씀이도 헤퍼졌다.아니나 다를까 31일 한은발표를 보면 해외여행경비가 작년 한해 91.9%증가,13억 달러에 이르렀고 해외로의 송금도 다섯배나 전년대비 폭증했다. 수출부진으로 무역수지 흑자폭은 눈녹듯줄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꼴이다.

여성용 하이패션업을 하는 어느 지인은 재벌기업들이 돈벌이만을 위해 터무니 없이 비싼 로열티를 마다않으며 값비싼 완제품마저 무분별 수입하는 추태를 걱정했다. 그 재벌그룹안에 엄연히 국내브랜드의 의류ㆍ패션업종이 있는데도 당장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장차 자기네업종을 잠식할 짓마저 불사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화제를 일으켰던 「노라고 말할수 있는 일본」이란 책을 보면 이시하라ㆍ신타로와 공저자인 소니의 총수 모리타ㆍ아키오는 자신이 어느 미국실업가를 방문했을 때를 기술하고 있다. 그 실업가는 일본의 불공정무역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일본산 골프채,스노모빌,모터보트,TV세트를 보였다는 것. 그걸 본 모리타는 그 미국실업가에 『미국상품을 사지않는다고 우릴 비방하는 당신이 일본상품을 되레 좋아하는 것 같다. 당신 스스로가 사지않는 미국상품을 왜 우리더러 사라고 권하는가?』고 일침을 놓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돈이란 결코 투기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미국재벌들의 빈번한 재태크와 기업합병 등의 투기풍조와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이 초래할 문제점도 지적했다. 돈이란 생산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쓰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최고였던 미국산업에 공동화현상이 생기고 상품의 질도 떨어져 결국은 무역수지적자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미국이 국내의 공군기지 세곳을 폐쇄키로 한것도 이해가 갈만하다. 무역적자에 재정적자까지 겹쳐 긴축예산이 불가피,우리의 방위비부담비중을 높이려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현대의 첨단산업사회에서 살아남고 남보다 앞질러 가는길은 생산성을 높이고 최고 품질의 상품을 스스로 연구개발해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는 것같다. 제살 뜯어먹는 줄도 모르고 흥청망청 투기와 수입경쟁으로 치닫고 오징어 마저 매점매석하려하면서 생산을 위한 투자와 개발 노력을 게을리할 때의 결과를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졸부근성이란 말이 있다. 벼락부자들의 경박함과 반사회성을 일컫는 것인데 아직 세계적인 부자가 되기는 커녕 이제 겨우 먹고 살게된 정도인 우리가 앞질러 그런 근성을 허세로 부릴때의 결과는 너무나 뻔한 것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품격사회의 길은 아직도 먼것만 같다. 산업도,정치도,시민의식도 오로지 눈앞의 잇속앞에서 흥청망청이니….그 얄미운 일본사람들이 이제는 미국마저 조롱하고 있는데 냉수마시고 모두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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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반동안 「메아리」의 필진으로 이 난을 빛냈던 김용구논설위원의 정년퇴임으로 박승평논설위원과 황소웅편집부국장이 번갈아 「메아리」를 쓰게됐습니다. 앞으로 「메아리」는 화∼토 주5회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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