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지도자 탈피 “발등의 불”/외부인사 영입ㆍ지자제로 전화위복 모색/일부의 범야신당ㆍ2선후퇴 주장 큰 부담민정ㆍ민주ㆍ공화가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하자 신당에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김대중 평민당총재이다. 김 평민총재는 신당결정이 철저히 자신을 소외시켜가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분노를 갖고 있고 신당구도의 궁극적 노림이 자신의 정계퇴진과 무력화에 있다는 판단 때문에 정치적 고립감을 실감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 평민총재는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치권에서 함께 성장해온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변신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고,타의긴 하지만 협력관계에 있는줄 알았던 노태우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결별을 선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김총재는 신당이 결정되자 「평민당이 이제 유일야당이 됐다」는 표현등을 빌려 애써 당혹감을 감추었지만 그가 느꼈을 정치적 충격과 고뇌는 여러군데서 어렵지 않게 감지되곤 했었다.
그러나 김총재는 설날 연휴의 구상을 끝내자마자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에 대한 본격대응책을 밝히고 당3역을 전격교체하는등 위기관리 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김총재 특유의 「위기극복술」이 시작되었다는 게 총재주변의 얘기이다. 김총재의 한 측근은 『김총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동물적인 정치본능으로 난국을 헤쳐나오곤 했는데 김총재가 또다시 그런 상황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신당정국에 대해 『행운의 여신은 항상 미소만 지으며 다가오는 게 아니라 때로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서 찾아온다』고 말해 지금의 상황이 대응만 잘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김총재의 이같은 얘기는 평민당 소속의원과 당직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신당을 보는 김총재 의중의 일면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김총재는 평민당 창당 이후 협력자이기 보다는 철두철미한 경쟁자였던 김 민주총재가 신당을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홀가분하게 해준 측면이 있고 자신이 유일한 야당지도자가 되었다는 점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의 신당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당내 야권통합파의원들의 범야신당 주장과 평민당의 적극대응을 바라는 여론등으로 부터 문제점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평민당내에는 아직도 이런 견해가 녹녹지 않다.
김총재가 진로설정에 있어 근본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크게 두가지이다.
분당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도전해보았던 집권에 대한 집념을 간직할 수 있는 터전을 잃지 않는 것이 첫째이고 또 하나는 여소야대의 4당체제에서 제1야당의 기득권을 잃어버린 평민당의 세를 유지해 나가는 방안의 모색이다. 김총재는 이를 위해서는 평민당의 내부단결이 가장 중요하고 내부단결만 성공하면 그런대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총재는 신당의 탄생과정이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집합돼 있는만큼 제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자충수를 둘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평민당이 단결만 하고 있으면 반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듯 싶다.
김총재가 평민당의 신당저지투쟁이 2월 임시국회에서의 의원직 총사퇴와 조기총선 요구등의 원내투쟁을 거쳐 국민홍보운동과 1천만서명운동전개 등 다단계로 진행될 것임을 밝힌 대목도 이러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야권 일각에서 평민당의 발전적 해체와 자신의 2선후퇴를 전제로 한 범야신당추진과 야권세력 총결집 얘기가 나오자 야권의 단합은 평민당을 중심으로 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지 평민당의 지도체제를 자신을 정점으로 한 단일지도체제에서 문호개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영입인사의 지분을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로 바꿀 수 있다는 정도의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김총재는 평민당의 발전적 해체와 자신의 2선후퇴 주장에 대해 형식논리상의 당위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결코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총재는 『순진한 결백성을 의식해 2선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총재가 평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세력의 결집을 관철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선 김총재의 신당에 대한 본격대응으로 그 세가 위축되었다고는 하지만 당내 통합파의 목소리를 잠재워야 하고 민주당 잔류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범야신당결성 주장에 비판의 원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또 범야신당 주장을 퇴색시킬 수 있을만큼 많은 인사들을 평민당에 영입해야만 하고 이 경우 영입인사의 범위를 비호남과 지지기반 이외에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김총재는 3월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때까지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수혈작업을 마치고 지방자치의회 선거에서 평민당의 세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김총재는 신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대중집회를 갖고 신당을 공격하는 대국민 직접접촉을 계속하는 한편 좀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집단지도체제 채택이상의 신축성을 보이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의 신당에 대한 대응은 신당결성의 추이와 평민당을 지켜보는 여론의 향배및 야권재편의 흐름을 감안해가며 좀더 구체화 되겠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김총재와 평민당의 입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가운데 모든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김총재는 역경을 맞을 때마다 보여왔던 특유의 집념과 끈질김을 바탕으로 신당정국에 임하고 있지만 그로서는 평생동안의 염원이었던 대권차원은 물론 자칫잘못 대응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남긴다는 점을 십분 의식해가며 사안별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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