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년도,그러니까 오는 10월1일부터 집행될 국방예산안의 규모가 밝혀졌다. 이것은 작년 12월 몰타회담에서 미ㆍ소 두나라가 「탈냉전」의 가능성을 공식확인한 뒤를 이어서 나온 첫 국방예산안이다.액수로 쳐서 2천9백21억달러인 이 국방예산안은 인플레를 빼고 나면,실질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2% 줄어든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미국의 총병력 규모는 3만8천명을 줄이게 된다. 말하자면 미국으로서는 첫 「탈냉전예산안」이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방부는 미국내와 해외에 있는 군사기지 70여 군데를 폐쇄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미 예측해온 대로 이 탈냉전예산은 주한미군과도 관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구ㆍ광주ㆍ수원 등 세 군데에 있는 미공군기지를 폐쇄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2천명이 줄게된다.
탈냉전예산의 첫해가 되는 이번 예산안은 그러나 주한미군의 실질적인 전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 「상징적」 탈냉전예산안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과 광주에는 이미 공군전투병력이 없는 상태였고,다만 대구에는 RF4C 정찰기가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공군은 연내에 철수할 이들 전술정찰기들을 이미 메우고 있는 상태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에 관한한 내년도의 미국방예산안은 거의 실질적 변화가 없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징적」 감축은 주한미군의 실질적 감축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탈냉전이라는 범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주한미군에 관해서는 부시행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오는 3월까지 의회에 내놓도록 돼 있다. 한반도정세에 민감한 일본의 언론들은 우선 5천명 규모가 철수하고,다시 내년에 1개 여단병력이 철수할 것이라는 주한미군 감축계획안을 보도한 바 있다.
구체적인 감축계획이 어찌됐건,미국방 당국은 주한미군의 감축원칙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분명히 밝힌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주한미군 감축이 바로 주한미군의 전면적인 철수가 아닌 것도 확실하다.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감축이 「주둔비분담」의 몫을 올리라는 압력수단이라거나,일부 과격운동권의 반미운동 때문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국제정치의 흐름을 도외시한 판단일 것이다.
북녘땅에 김일성주의가 살아있는 이때에 주한미군의 감축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지만,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한 「양날의 칼」과 같다. 군사적으로는 방위의 짐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뜻하고,정치적으로는 국제적으로 전과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주한미군에 관한 고정관념을 새로운 상황에 따라 전진적으로 재정립해야 될 때가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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