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40여년동안 한미관계를 이뤄온 요체는 안보유대였고 이 안보유대의 실체는 바로 주한미군의 존재였다. 최근들어 통상관계가 비상한 관심사로 떠오르긴 했지만 주한미군의 존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한미관계에 있어서 주한 미군은 핵중의 핵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온다는 것은 곧 양국간의 기본관계가 변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양국정부가 이번에 동시 발표한 공군기지 폐쇄와 일부병력 철수가 우리국민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미군이 영원히 한반도에 남아있을것 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고 또 나가겠다는 미군을 억지로 붙잡고 매달릴 생각도 없으며 또 그런 기대와 생각을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철군 발표에 다소 놀라는것은 양국간의 사전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설사 사전협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한국측 의사가 별로 반영되지 않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을 뿐 미국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작년 2월 한국을 방문했을때 『한국 정부와 국민이 원한다면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믿었던 한국 국민들은 앞으로 의회에서 철수 주장이 나올지는 모르나 적어도 행정부쪽에서는 철군얘기가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한국민의 70% 이상이 철군을 반대한다는게 일관된 여론조사 결과였고 미국의회에서 수차례 철군안이 나왔을때에도 꿈쩍하지 않던 행정부가 이번에 의회에 나가 직접 공군감축을 발표했으니 우리국민은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 없게 된것이다.
미국정부는 재정적자와 신데탕트를 들어 해외주둔군 감축에 착수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동구와 북한의 사정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동구와 북한의 차이를 몰라서가 아니라면 한국의 북방외교를 과대 평가했단 말인가. 아니면 혹시 북경에서 가진 미ㆍ북한 접촉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단 말인가.
만일 우리의 북방외교 덕분에 미국이 감군 결정을 내렸다면 우리는 이제 대미외교와 북방 외교간의 균형 문제를 새삼 생각해야 할 때를 맞은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감군계획이 종국적으로 전면철수 일정을 시작하는 첫 신호라면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은 혹시 있을지 모를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다.
『더 이상의 철수는 없다』느니 『전체적인 전력은 불변』이라는 등의 거짓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상투적인 방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우리정부는 전반적인 철수 일정과 아울러 철수 이후의 양국간 안보유대 방안과 자주적인 국방력 확보 방안 등을 솔직히 밝힘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도 미군이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갑작스런 철수발표에 당황하기보다는 예고된 일정에 따라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미군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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