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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옛 설날(장명수칼럼: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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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옛 설날(장명수칼럼:1319)

입력
199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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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기를 임신한 한 후배가 시댁에 가서 남편의 백일사진을 보았을때의 느낌을 이렇게 들려준적이 있다.『사진속에는 젊은날의 시아버지ㆍ시어머님이 백일짜리아들을 안고있었는데,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며 죄송스런 기분이 들었어요. 아들을 낳아 기뻐하며 젊은 부부가 품었을 사랑과 기대를 생각할때,며느리인 내가 너무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자신이 아기를 갖게되니 부모의 심정을 알게되었다고 할까요』

현재의 시부모님을 이해하는게 아니고,「젊은부부가 갓난아기에게 품었을 사랑과 기대」를 연상하며 시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그의 설명이 나는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보았다는 한장의 사진­젊은 부부가 백일된 아들을 안고있는 모습을 나도 쉽게 상상할수 있었다.

설날 연휴를 집에서 쉬면서 TV를 보다가 나는 문득 내가 어린아이였을때 나에게 사랑과 기원을 쏟아준 많은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쁘게 설빔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TV에서 『까치까치 설날은 어제께구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고 노래하는것을 보는동안 그 옛날 나의 설날과 설빔들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국화꽃무늬의 금박을 옷고름과 끝동과 깃에 박은 노란저고리와 진분홍 치마가 선명하게 떠올랐고,바느질하는 어머니옆에서 졸음을 참으며 옷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던 작은아이인 내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했다.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세배를 할때 대견해하며 웃음지으시던 할아버지ㆍ할머지ㆍ일가친척의 웃어른들 얼굴도 생생하게 기억할수 있었다.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기원을 품으셨을지 이제 어른이 된 나는 그분들의 심중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꽃이고,미래이고,희망이고,무한한 가능성이므로 그분들은 우리아이들에게 무조건의 사랑을 쏟아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주셨을 것이다. 험한 세상에서 쓰러지지않고 작든크든 저마다의 우주를 이루어가기를 기원하셨을 것이다.

벌써 이런나이가 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친구들끼리 만나면 으레 호들갑을 떨게되는 나이든설날에 다섯살ㆍ열살때의 설날을 회상하고,그때 입었던 작은 저고리와 꽃버선 등을 생생하게 떠올릴수 있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 회상속에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은 여전히 나를 사랑이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들의 옛설날은 아름다웠다. 우리는 모두 어린시절이 있고,어른들의 사랑과 기원을 봄비처럼 맞으며 자랐다. 우리 모두에게 쏟아진 사랑과 기원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모든 생을 소중히 해야한다라고 설날 예쁜 설빔을 입은 아이들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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