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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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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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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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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정치체제가 대변혁기를 맞을 때일수록 국민은 정치권의 움직임과 자세에 각별한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특히나 4당체제가 하루아침에 거대여당과 약세야당의 구조로 돌변한 오늘에 있어 어떤 조그만 변화일지라도 국민이 깊이 주목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그런 의미에서 김대중총재가 당3역을 경질하고 각계 인사영입과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등을 시사한 것도 새로운 정치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개혁의 일단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서 3당통합­신당창당이 선언됐을 때 건전 야당의 출현을 함께 강조했고 이를 위해서는 평민당을 해체한 뒤 모든 야당세력을 결집하여 새로운 범국민 야당을 결성해야 하며 김총재도 구국구당적 차원에서 2선으로 용퇴,야권의 후견역을 해줄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은 현 단계에서 건전한 양당체제를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략이자 많은 국민의 요청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는 평민당이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를 씻을 뿐더러 각계 인사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지름길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3당통합 선언 이후 평민당이 진로문제로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즉 통합선언 즉시 대응했던 국민투표 실시와 의원 총사퇴안은 실현이 어려운 데다가 당력 보강을 위해 재야세력과 손을 잡을 경우 사뭇 혁신적인 정책노선과 장외투쟁 일변도의 체질 때문에 자칫 거대여당이 노리는 보혁체제를 만들어주는 셈이 된다. 또 무작정 현체제를 고수하는 것 역시 엄청난 국민의 사시와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총재로서는 당을 백지화,새 출발하라는 내외의 여론을 「문호개방」이란 것과 함께 자신이 독점해온 당권과 지도력을 분점하는 방안으로 대신하는 처방을 택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오늘날 평민당은 3당이 힘을 모아 거대한 새집을 지어가는 모습을 한가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거대신당이 국민 앞에 부상했을 때에 대비하여 평민당도 대대적인 자기개혁과 체제정비를 단행,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러한 야당은 몇몇 간부의 얼굴을 적당히 바꾼 것이 아니라 변화의 90년대에 적응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참신한,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새야당이 되기 위해 차선책으로 택한 듯한 문호개방과 당권분점이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하게 실천되는가는 앞으로 두고볼 숙제이다. 통합신당의 반대세력은 민주당의 일부 원내 불참파와 몇몇 무소속의원 그리고 원외지구당 간부,재야인사 등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있다. 이들은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일야당인 평민당에 선뜻 합류를 거부하고 있음은 모두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들은 평민당의 지역성과 김총재의 당운영방식에 적지 않은 비판적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바로 평민당과 김총재는 이 점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문호개방이나 집단지도체제로의 당권분점 모두 한낱 정치적 전략이 아니라 이 길만이 야당을 바로 세우는 첫 길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야 한다. 대대적으로 개편,지역성을 떠나 능력 위주로 골고루 당직을 안배하고 집단지도안도 들러리식이 아니라는 것을 참여파는 물론 온 국민에게 보여주어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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