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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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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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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을 설날로,내놓고 간판을 바꿔 사흘을 푹 쉬고 나니 머리가 조금은 어리벙벙하다. 이번 명절은 그런대로 교통지옥은 면한 것 같다. 귀성길 귀경길이 그만하면 되지 않나 싶게 잘 뚫렸다. 길은 말이고 말이 길이라고 한다. 인구의 대이동이 있었으니 말이야 얼마나 시끄럽게 옮겨 다녔겠는가. 덕담이 끊임없이 계속될 수는 없다. 전국을 한바퀴돌고 온 화제는 결국 정치로 뭉치게 된다. ◆역시 신당이 초점이다. 찬반이 엇갈림은 당연하다. 여러 갈래 여론조사로 대강은 짐작이 갔지만 「귀성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인가,감정의 폭발은 상당히 억제된 느낌이 짙다. 분노와 질타가 격하지가 않다. 못믿을 게 정치인이란 정도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색이 역연하다. 찬성쪽은 더욱 신중한 반응을 보이지 않나 싶다. ◆야당에 대한 시각도 종래와 다르다. 동정과 견제가 강한 듯하나 냉철하다. 무조건 밀어주겠다는 의사보다 폭을 넓히라는 요구가 제법 세차다. 옛과 달리 격려와 비판이 동시에 가해진다. 이젠 여야 가림없이 공짜 지지를 기대하기는 틀린 시대가 되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채점 수준이 그만큼 올랐다는 증거일 것이다. ◆철학자 버트런드ㆍ러셀은 이런 말을 남겼다. 「걱정거리 하나는 어떤 특정 사실을 독단적으로 믿어버리는 습관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의문에 차 있으며,이성 있는 사람이면 자기가 절대로 옳다고 무턱대고 믿지를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의견에 어느 정도 의문을 품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헷갈리는 정치 현실을 두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더욱 그래야 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이성에 따른 것인가 묻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확신이 서면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귀성의 발길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게 그냥 다닌 게 아니다. 그만큼 말이 오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보다 무서운 게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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