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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민정신/열차사고 부상자 수송등 구슬땀(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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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민정신/열차사고 부상자 수송등 구슬땀(등대)

입력
199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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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연휴 마지막날을 보내던 시민들을 놀라게한 28일의 통일호열차 탈선ㆍ충돌사고는 우리사회에 훈훈한 시민정신이 살아있음을 알게해준 것이 한가닥 위안이 됐다.서울에는 설을 지내고 고향으로 가던 대부분의 승객들은 집에 간다는 느긋한 기분에 젖어있다가 졸지에 아비규환속에 빠져버렸다.

충격속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승객들은 45도가량 기울어진 객차안에서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가족들의 이름을 외치며 울부짖었다. 정신을 잃은채 객차여기저기에 쓰러져있는 노약자도 많았다.

이때 철도옆에서 20여m 떨어진 강변도로를 지나다 사고를 목격한 택시와 화물트럭운전사 등 50여명은 차에서 뛰어내려 현장으로 달려갔다.

부상자를 둘러멘 시민들은 도로에 서있던 택시와 자가용운전자들에게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외쳤고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한마디 불평이나 거절없이 인근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사고열차 앞쪽의 승객들도 시민들에게 가세했다.

어느 누구의 지시도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부상자 수송작전」은 사고발생 30여분도 못돼 신속하게 끝났다. 긴급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무색할만큼 시민들의 행동은 기민했다.

구조를 마친 시민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강바람속에서도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 부상자들이 드러누운 대림성모병원엔 50대남자가 찾아와 헌혈을 자청하는 등 남을 돕는 시민정신이 계속이어졌다. 어린이와 할머니 2명의 사망소식을 듣고는 『조금만 더 빨리 구조했더라면 희생자가 없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사고지점에서 불과 1백여m 떨어진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연습을 하던 10여명은 시민들이 한창 구조작업을 하는것을 구경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들에겐 인간의 생명보다 골프가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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