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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주도권 행사 “가속”/주한미군 철수와 대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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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주도권 행사 “가속”/주한미군 철수와 대북관계

입력
199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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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대남 공세 축 무력화/「조기개방」 기여 가능성 커/단기적으론 획기적 태도변화 어려울 듯주한미군의 철수계획 발표는 비록 그 규모가 상징적인 선에 그칠지라도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서화해라는 국제정세의 기본적 변화와 미국의 국내 사정에 기인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주한미군 지속적 감축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이 앞으로 계속 감축 추세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완전철수하게 된다면 이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우선 이번 철수 결정으로 우리측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행사에 중량감을 더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측은 그동안 끊임없이 사용해온 주한미군 철수카드를 완전 철수시까지는 계속 이용할 것이며 설사 완전철수가 이뤄진다 해도 「남조선혁명」의 신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다른 명분을 내세워 대남공세를 취하려 할 것이지만 이번 철군 발표는 일단 북측의 미군철수 주장을 상당부분 퇴색시킬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 53년 6ㆍ25가 끝난 직후부터 남한에서의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며 주한미군을 남북대화의 결정적 장애물로 이용해왔다. 즉 김일성은 지난 55년 8ㆍ15해방 10주년기념 보고대회에서 「외군철수,군대축소,무력불행사협정체결」 주장을 제기,주한미군을 포함한 외국군대의 철수를 남북관계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시켰다.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으며 김일성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도 역시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삼고 있다. 이밖에 북한은 지난 88월 11월 우리측에 「포괄적 평화방안」을 제안하면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철거,남북병력 감축과 함께 미군 병력의 단계적 철수를 구체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북한측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대해 우리측은 「대남혁명 역량 강화를 위한 북측의 술수」라며 일축했으나 명분상 수세의 위치에 놓여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측은 북한의 주장이 「3대혁명 역량강화」의 실현을 위한 전술적 공세라고 판단,이를 경계해왔다. 즉 북측은 3대혁명 역량중 하나인 남한에서의 혁명역량 강화를 위해 미군철수를 주장함으로써 ▲대남국제적 지원역량을 감소시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지원역량을 상대적으로 강화하고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해 남한 내부의 군사적 역량에 손실을 가져오려 한다고 판단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측 일부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곧바로 북측과 동일하게 취급됐고 따라서 남북간에 주한미군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명제로 굳어져왔다.

그러나 이번 미군감축 결정은 향후 주한미군의 위상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변혁적 조치로 파악할 수 있고,나아가 북한 대남 전략의 중요축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무력케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축 결정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우리측의 입장을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정치ㆍ군사관련 남북대화서 우리측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조선 해방」의 근거로,또한 남조선 해방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대내외에 선전해온 주한미군의 존재와 철수당위성이라는 카드를 더이상 남북관계에 사용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이 이미 시작되었고 궁극적으로 완전 철수가 예상되는 한 북한의 미군 철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결국 우리측의 적극적인 교류 주장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명분과 수단을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군 감축이 장기적으로 우리측의 대화 주도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북측의 태도에 변화를 유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태우대통령이 밝힌 팀스피리트 축소 발표에 대해 북측이 보인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여전히 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며 남북대화의 진척은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난의 심화와 김일성 부자의 권력승계 등 현안을 극복하고 개방에 대한 위기감을 벗어난 뒤에야 주한미군 감축을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여건 마련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은 동구 변화와 함께 북한에 개방ㆍ개혁의 압력을 가중시킴으로써 북한이 변화하는 시기를 단축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안보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인 동시에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결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국간의 총체적 군사력 평가에 따라 한반도내 전력 균형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만 감축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전반적인 동서화해 분위기와 미국의 재정ㆍ무역 적자로 인한 해외주둔군의 지속적 감축 추세,우리나라의 북방외교에 따른 소련ㆍ중국 등 공산권과의 관계개선등 다변적인 요인이 중첩돼 한미관계의 비중이 안보협력 관계에서 경제협력 관계로 이전해가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제정세와 미국내 여건 변동,올림픽 이후 우리 국민의 자신감 제고등 복합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 이번 주한미군 감축계획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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