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에 있어서 타이밍의 중요성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같은 원칙과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실시하는 시기여하에 따라 그 효과와 부작용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요즘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관련법의 시행시기를 두고 연기여부가 논의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거니와 이렇게 시기문제가 재론되는 것도 두 제도가 가지는 중요성과 그것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최대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자세와 심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신중이 너무 지나쳐 마치 정부가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관련법을 유보하거나 후퇴시키려는 듯한 인상마저 국민에게 주게 된다면 오히려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모든 정책이 다 그러하듯이 경제에 있어서의 개혁조치는 시행착오나 심한 부작용이 수반되지 않도록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비록 그러한 점진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정부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심을 낳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정부가 이미 내년실시를 수차례나 공약한 바 있고 토지공개념의 확대도입도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입법조치까지 끝낸 상태에 있다. 실명제 실시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보완책까지 마련중에 있는 터에 실시시기 문제를 재거론하고 나선다면 제도실시의 당위성을 믿는 국민에게 정부의지에 대한 부질없는 의심만 낳게 할 뿐이다.
특히 공개념도입의 연기문제는 종합토지세 과표문제로 정부가 줏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핀잔이 아직 꼬리를 물고 있는 터이므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 우려가 더 크다고 하겠다.
3당합당의 진행으로 초거대여당의 탄생을 눈 앞에 둔 이 시점에서 이미 결정이 난 문제를 가지고 당이 왈가왈부를 재연시키고 나온다면 신당에 대한 이미지 조성에까지 좋지 않은 누를 끼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신당이 수의 힘을 믿고 만사를 자의대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국민에게 주게 된다면 장차의 정국 안정까지 염려하게 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정국운용에 대한 불안감의 해소를 위해서도 정부는 국민앞에 공약한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며 신당은 불필요한 오해의 소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 특별히 자중해야 될 것으로 믿는다.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관련법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실시되어야 한다.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소수의 지주와 그보다 더 소수인 비실명 예금주들을 의식한 나머지 정부나 여당이 내건 경제개혁의 의지마저 의심토록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 두 제도의 실질적 후퇴나 연기는 많은 국민의 드세 항의를 유발하게 되리란 것을 정부당국과 새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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