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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미소/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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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미소/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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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요즘 함박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자제하느라고 애쓰고 있다.속시원하게 웃어젖히고 싶어도 주위의 눈이 신경쓰여 입가에 엷은 미소만 띠고 있는 모습이다.

굳이 일본의 예를 빌리지 않더라고 이번 정계개편으로 재계의 영향력이 한차원 더 커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발표된 후 재계만큼 「1백% 찬성」,「전폭지지」한 집단도 드물 것 같다.

일부에서는 그동안의 정치자금 선별지원설이나 경단협의 조기구성등을 놓고 이번 정계개편에 재벌들의 로비가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측에선 겉으로는 「힘없는」 한국재벌들이 이번 보수대연합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지만 「재계 입김설」도 과히 기분 나쁘지는 않다는 눈치다. 오히려 자신들의 입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같은 얘기가 나온 것을 내심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벌들의 입장에선 노사분규 과정에서 여러가지 비판이 자실들에게 쏟아지는 한편 금융실명제니 토지공개념이니 하는 경제민주화정책 때문에 점차 기득권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여소야대에서의 여당보다는 보수대연합의 거대여당이 믿음직스러운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기업에 불리한 경제정책은 정치인들에게 표와 정치자금을 무기로 압력을 행사,완화시켜 나가면 된다고 안심할 것이다.

노사분규를 겪더라도 막강한 보수세력이 밀어주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안해도 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즐거움은 극에 달하리라.

어떤 기업인은 일본의 경단련 서적을 다시 찾아 읽으면서 자민당이 경단련에 밉보여 돈줄이 막히게 되자 점심까지 굶어가면서 선거를 치른 적도 있다며 재계의 영향력 강화를 은근히 과시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당시 사회당같은 혁신 정당이 없다.

따라서 혁신세력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재벌과 정치인이 공공연히 결탁하는 것을 눈감아줄 국민도 없다. 국민의 눈엔 과거 정계의 힘이 상대적으로 더 센 정경유착만 보다가 앞으로는 재벌의 힘도 세진 변종 정경유착이 보일 따름이다.

재계는 지금 자신들이 웃고만 있어도 되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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