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JP의 역할(거대 신당정국: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JP의 역할(거대 신당정국:4)

입력
1990.01.26 00:00
0 0

◎「세 균형」 변수… 중재역 더 강화/이질성 중화 위해 민정ㆍ민주 접목에 주력/장기로는 민정계보 잠식 수상까지 넘봐신여당이 될 민자당에서 김종필공화당총재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고 또한 독특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총재는 4당체제에서 행사하던 캐스팅보트보다 훨씬 강화된 역할을 거대 집권당에서 행사하면서 이 역할을 백% 활용할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 20일을 전후해 신당태동이 수면위로 부상할 무렵,김총재는 자기의 역할을 「조연」과 「마루밑의 받침대」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 신당의 「목수」 임을 강조했다. 이같은 김총재의 은유법은 신여권에서 김총재의 역할을 스스로 자제하면서도 중요한 몫을 할 수도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신여당내에서의 그의 위치와 역할은 두가지 측면에서 관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노태우대통령을 중심으로한 민정당 중심세력과 김영삼민주당총재를 축으로 한 강력한 야당세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김총재는 공화당의 세력을 업고 때로는 접착제로,때로는 완충역을 감당해야 할 판이다.

김총재는 민자당을 계획하면서 김영삼총재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김 민주총재에 대한 위치를 상당히 보장해 주어야 하며,정계개편의 당위성으로 국태민안을 언급했던 기조에서 노대통령으로 하여금 안정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힘을 보태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공화총재가 『주연은 한두명이면 되고 조연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자신이 설계한 신여권에서의 할 일을 내심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력의 속성과 야당의 생리를 동시에 알고있는 그에게는 민정과 민주의 양대세력을 접목시키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 예상된다.

최근 김 공화총재가 민자당에서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최고위원을 「상담역」 이라고 격하시키고,김영삼총재에게 돌아갈 것으로 알려진 대표최고위원의 당권행사를 주장한 배경도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의 의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핵심부에서도 김 공화총재가 골프회동등으로 정계개편 설계를 하면서 김 민주총재와의 향후 관계설정이 됐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언어적 표현이 「우정과 소신」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있다.

김공화총재는 민자당이 자신이 설계한 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5인 신당추진위가 열리는 24일 그는 『공화당이라 부르지 말고 우리당이라 부르라』고 당직자에게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이제 우리는 집권당』이라고 그답지않게 자신있게 말하고 있는 것도 얼마나 이런 정계개편이 자신이 원했던 정치관이었나를 방증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새 정치의 틀을 확고히 하기위해서는 먼저 김 민주총재의 입지를 최대한 확보해 주는 것이 최상책임을 김 공화총재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보혁구도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흑백논리를 기조로한 종전의 여ㆍ야개념이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를 될수있는 대로 희석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김 민주총재가 신당에서 실패하면 민자당의 틀은 깨지고 바라던 정국구도의 틀을 잡을수 없다는 인식을 맞고있다.

노련한 김 공화총재는 김 민주총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김 민주총재가 내각제이든 대통령책임제이든 국가경영의 책임을 맡아보는 것이 국가의 장래를 보거나 순조로운 정치발전을 위해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같은 장기적인 자기구도가 진행되는 것이 또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조금씩 넓혀가는 첩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공화총재는 영원히 「마루밑의 받침대」로만 그 역할을 다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스스로는 「견마지로」를 얘기하지만 공화당사람들은 「김총재는 미완성의 정치인」이라고 말하면서 『때가오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쉽게말해 직선제 대통령제아래서 그의 대권도전은 무모할지 모르지만 내각제라면 「훌륭한 수상감」이라는 말들이 그의 주변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김공화총재가 일찍부터 내각제 개헌을 주장해온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가정은 결코 배제할 대목이 아닌 것이다. 또한 김총재는 신여권에서 김민주총재와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정당은 구공화당의 인맥을 차출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김총재의 지도노선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민정당내 세력이 적지 않다고 볼 수있다. 특히 현민정당내에는 3년 후 퇴임하는 노태우대통령과 같은 핵심적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 민주총재와 함께 정계개편을 설계한 자체가 이같은 민정당의 사정을 감안,두사람이 민정당의 세력을 차후 흡수해 자기 세력화 해보자는 전략이 서로 맞아 떨어진 면도 무시할 수없다.

김공화총재의 정치적 성공도 강도는 다르지만 김민주총재와 같이 민자당이 정치적 안정을 이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김공화총재는 김민주총재가 안고있는 집권당내에서의 「야당적 개혁」의 실현을 해야하는 강박관념이 없는 대신 힘의 밸런스를 교묘히 맞추어야 하는 중재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때 민정당측이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수 없다』며 그를 비난했지만 이 시점에서 볼 때 그가 다시 정치의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을지 자못 흥미롭다. 그러나 그러기위해서는 김총재는 당분간 신여권에서 물레방아를 직접 돌리기보다 돌아가도록 보조한 후 여기에서 떨어지는 과실부터 먼저 차곡차곡 챙길 것으로 보인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