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에 유례가 없고,우리 자신 정부수립 후 처음보는 「3당 합당」의 회오리바람 속에 국민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 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의 가장 큰 관심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심판이다.한국일보가 서강대팀에 의뢰,전국에서 추출한 표본 1천1백92명에 대한 전화여론조사 결과(한국일보 25일자 1ㆍ4면 보도)는 그런 뜻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몇가지 현상을 제시해 주고 있다. 보기에 따라 이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히 복합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우선 우리는 세가지 뚜렷한 특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이미 보도된 것처럼 1노3김의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3분의1이 넘는 33.4%라는 사실이다. 이 숫자가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해도,기성정치인들이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번 여로조사의 주목적인 3당합당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두번째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합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45.3%인테 반해,「잘못된 일」이라는 쪽은 30.6%였다. 이렇게 본다면 「지지」가 많다고 할지 모르지만,「잘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의견이 24.1%였다.
유보적인 의견은 국민의 상당수가 이 유례없는 정치적 사건에 판단을 유보했지만,보기에 따라 그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주목되는 사실은 47%가 「거대한 여당」에 맞설 만한 「거대한 야당」이 나타날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민당 중심」보다는 「야권개편」을 전제로 한 범야 신당을 바라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야당운동에 큰 시사를 주고 있다 하겠다.
이밖에 내각책임제개헌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여론이 형성돼 있지 못한 형편이다. 대체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주로 20∼30대의 비판이 강하고,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국내정치의 다음 단계를 가늠할 중요 이슈가 되리라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여당이 정치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또 한쪽에서는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거대한 여당의 출현은 이 나라의 야당운동에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은 확실하다.
과거를 돌이겨 볼 때 이 나라의 야당은 늘 압도적으로 큰 여당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비판하고 견제해 왔다. 건전한 의회정치의 발전을 위해 야당운동에 지워진 사명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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