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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안전과 스카우트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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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안전과 스카우트전(사설)

입력
199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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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KAL여객기의 트리폴리공항 추락사고 이후 불과 반년사이에 발생한 KAL기의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은 우리에게 항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20여년 동안 국적기의 역할을 맡아온 이래 유례가 없는 최근의 잦은 사고와 고장은 그것이 나라 체면에만 관련된 일이 아니고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여서 시급한 대책이 마련돼야 함은 당연하다.더욱이 24일에는 대한항공소속 조종사 14명이 전격적으로 집단사표를 제출해 탑승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설날연휴를 전후해 국내선과 일부 국제선의 항공기 운항에 차질까지 빚고 있다고 한다.

먼저 KAL 스스로가 자성의 자세로 냉철하게 원인을 분석하여 안전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완벽을 기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또다른 원인은 복수민항시대를 열면서 고도의 전문기술과 상당기간의 훈련을 요하는 항공기술 인력에 대한 적절한 공급대책없이 수요만을 하루아침에 배가시킨 정부의 졸속하기 짝이 없고 무계획한 항공정책에도 있다고 우리는 본다.

물론 우리의 항공수요의 증가추세를 감안한다면 복수민항시대를 당연히 열여야한다. 하지만 복수민항을 무리없이 자리잡게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책의 문제이다. 설립 1년이 채 안돼 국내선 취항 허가를 내주고 국내선 취항 1년 만에 국제선 취항을 허가하면 상업항공사끼리 인력 스카우트는 당연한 것이고 그틈새에서 위협받는 것은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뿐인 것이다.

이번에 집단사표를 낸 14명을 제외하고도 이미 KAL에서 아시아나로 일터를 옮긴 기술인력은 조종사 40명ㆍ운항관리사 11명ㆍ정비사 1백20명을 비롯,3백5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KAL의 기술인력들은 근무여건이 더욱 악화됐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미뤄볼 때 최근 KAL기의 잦은 사고와 고장은 결국 교통부의 항공정책 부재와 항공사간의 과다한 스카우트열풍ㆍ승객증가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등 3개 요인이 겹쳐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아도 큰 물의가 없을 것이다.

교통부는 민항 2개사의 과열된 인력스카우트의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파악했다는 듯이 25일 「조종사 스카우트방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금지규정에는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보증하는 정비사스카우트문제는 거론조차 않고 있다.

항공교통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에따른 항공기 사고의 위험요인도 가중될 것은 뻔하다. 더늦기 전에 교통부의 항공정책 당국의 기구와 인력을 대폭 강화해 항공관련 기술인력의 육성과 안전운항을 위한 단ㆍ중ㆍ장기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만사를 항공사에 떠넘기는 식의 무사안일의 항공행정부터 뜯어고치는 데서 항공정책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우리의 충고를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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