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ㆍ직할시에 이어 「지정시」란 알쏭달쏭한 이름의 행정단위가 등장할 모양이다. 노대통령에게 한 내무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밝혀진 「지정시」 도입문제는 구체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으나 보고내용대로라면 일반시 위에 또 하나의 행정단위가 생겨나는 것 같다.보고내용인즉 인구 50만명이 넘는 전주ㆍ수원ㆍ성남ㆍ부천ㆍ울산 등 5개 시를 일반시와 구분,사무직분과 조직상의 특례(현행16종)를 53종으로 늘려주고 현재 30%의 도세징수교부율도 50%까지 상향 조정해 행정과 재정상의 특혜를 대폭 주겠다는 것이다.
인구가 50만명을 넘은 도시라면 인구 10만∼20만의 일반시와 똑같은 식으로 도의 지휘감독을 일일이 받는다는 것이 행정의 자율성이나 능률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데는 수긍이 간다. 독립적인 행정수행을 위해 도로부터 권한위임을 대폭 받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세징수교부율을 50%까지 상향 조정해 재정적 특혜를 부여한다는 것은 결국 그곳으로의 인구집중을 자극하고 인접지역의 균형발전,도ㆍ농내지는 시ㆍ군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분명해 보인다.
「지정시」 제도 도입에 앞서 이같은 역기능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가를 내무부 당국에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도 서울과 수도권및 6대 도시권역의 과다한 인구집중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돼있다. 수도 서울에 전국인구의 24.96%가 집중돼 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역에 43%의 인구가 몰려 산다. 서울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인천ㆍ대전 등 6대 도시에는 48%가 집중돼 있으며 시급이상 도시인구는 73.1%나 된다. 이로인해 군단위 이하의 지방,특히 농어촌은 해를 거듭할수록 피폐하고 퇴락해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어나는 지경이다.
행정과 재정지원이 지역균형발전에 쏠려도 도ㆍ농간의 격차 해소에 적지않은 세월이 소요될 판국에 「지정시」까지 만들어 과대도시 위주의 행정ㆍ재정지원책만을 펴겠다는 내무부의 발상은 너무나 코앞의 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때문에 지방인구의 유입을 촉발할 「지정시」 제도의 도입보다는 전국인구의 균형배치를 위한 장기적인 기본 계획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해야하며 거점시나 지정시와 같은 행정단위는 그 기본계획의 수행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또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지방자치제를 올해 상반기중에 실시한다면서 행정단위 계층을 늘린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행정단위를 너무 많이 계층화한다는 것은 결국 각급 지방의회의원들간의 상대적 우월감을 조장할 우려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내무부의 「지정시」 제도는 지역균형발전이란 국가목표의 큰 테두리안에서 재검토되고 도입여부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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