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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3당합당… 의미와 문제/3교수 긴급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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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3당합당… 의미와 문제/3교수 긴급진단:상

입력
199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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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제2도약”­“정치적 기형”/오ㆍ스페인도 좌ㆍ우연합…화합길 열어/기득권층만 결집… 균배 실현 큰우려/김대중총재 「2선결단」 내려야 견제세력 성장 가능□참석자

▲민준기교수(경희대 정치학)

▲안병영교수(연세대 행정학)

▲어수영교수(이화여대 정치학)

(가나다 순)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신당창당선언은 지금까지 반독재민주투쟁으로 일관해왔던 전통야당 민주당이 참여함으로써 기존의 여야개념과 함께 민주­반민주대결구조에 근원적인 변화를 불가피하게 할것같다.

3당의 통합이 보수ㆍ온건ㆍ중도세력의 결집으로 정국주도세력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지않는것은 아니나 이번처럼 여야가 합당을 선언한 경우는 합종연형의 우리정당사에 처음있는 일로 일반의 상상과 사고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신당창당선언을 계기로 민준기(경희대ㆍ정치학) 안병영(연세대ㆍ행정학) 어수영교수(이화여대ㆍ정치학)를 초청,긴급좌담회를 갖고 정계개편의 의미와 문제점,앞으로의 정국방향등을 진단해봤다. 다음은 긴급좌담회의 첫번째 내용이다.<편집자 주>

▲민준기교수=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갑작스런 합당선언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국민의 합의된 의견결집이라고할때 이번의 돌연한 합당은 민주정치의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비쳐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여소야대의 4당구도가 정국의 주도세력부재로 정국표류의 현상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는 경제의 위기국면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4당구도의 탈피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수도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승객들가운데 어느승객이 『이제는 소모성 정쟁이 없게되겠지』라는 반응을 보인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될수 있겠지요.

○국민소외 큰문제

▲안병영교수=정치적 변화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 있는 정치적 정서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번 정당통합은 국민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드라마였습니다. 국민들은 소외된 관객으로 남은채 정치인들만이 무대에 등장한것과 같은 형국이 되지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4당체제 자체도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구도를 어쩔수없이 선택한 것이지 일부러 황금분할이라는 여소야대를 만든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수영교수=해방이후 우리나라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당의 창당과 소멸과정에서 국민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지도자 몇사람만이 있었을뿐인데,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의사가 와전히 차단된채 밀실에서 만들어진 거대정당이 제대로 기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것입니다.

▲민=세계의 정당발전사를 보면 절대군주제하의 무정당시대에서 1당제­1당반제­양당제­다당제로 변화하는 것이 추세였습니다. 미국처럼 양당제라도 제도화가 잘되면 정치안정이 이루어지지만 유럽국가들은 다당제로 다양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보다 발전된 정당정치문화를 꽃피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당제조차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당제로 갔었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4당구도하에서 야당끼리 연합해 민주화추진과 개혁을 가속화할수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고 야당끼리의 통합이 아닌 여ㆍ야통합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안=3당통합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상황에 대한 올바른인식에 근거했다고 보기 힘들고 장기적 구도에서 봐도 합리성을 결여한 측면이 있습니다. 현시점은 민주화완결을 위해 할일이 많이 남아있는가하면 장기적으로는 산업사회의 갈등해소라는 문제등이 별도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을 민주대반민주ㆍ보수대혁신이 교차하는 과도기라고 볼수도 있는데 이번의 정계개편은 이 모든것들이 혼선이 돼 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해가기가 어려울수가있고 또 보혁구도의 바른정립에도 지장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어=과거 2공화국때 민주당이 너무 비대해져 분파갈등이 심했듯이 이번의 거대신당도 비슷한 양상을 띠기가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타협과 조화의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 정당결집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다르고 지지기반ㆍ이념까지 다른 3당이 정치 안정을 위해 뭉쳤다고 하나 내부의 권력추구등 숱한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봐야합니다. 정당이란 공동의 이데올로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서로 싸워온 정치인들끼리 진정한 화합을 이룰지가 우선 의문입니다.

▲민=우리의 정당들이 아직 인물중심의 정당운영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있는데 합당으로 이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권위주의시대와는 달리 민주화시대에서는 국민의 의견수렴에 충실해야하고 당내에서도 민주적절차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만 거대신당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정당이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결속된다면 더할나위없이 바람직스럽겠으나 몇몇 정치지도자 사이의 합당의지로 통합되었다는것이 문제입니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이같은 상황변화를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관건이 된다고 봅니다.

○지역감정 더심화

▲안=4당체제가 지역갈등의 심화,보스중심의 정당활동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었던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정계개편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낼수 있겠느냐는데 또다시 문제가 파생합니다.

3당통합이 비호남권결집이라는 모양새를 띠어 호남의 정치적 소외를 심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지약감정을 첨예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그동안 말은 많았지만 5공청산ㆍ광주문제등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에 있었고 지역갈등문제도 어느정도 극복되어지는 분위기가 성숙됐었는데 갑작스런 정계개편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민=그동안 4당체제하에서 정부ㆍ여당이 정책을 추진하려했어도 거대야당의 견제와 5공청산 문제등에 묶여 많은 문제점을 노정 했었습니다. 이제 절대다수의 거대 여당이 만들어진만큼 잘만하면 참다운 정치안정을 이룰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고도 볼수있습니다. 문제는 평민당과 재야세력의 향방입니다. 평민당이 앞으로 계속 정치권에서 소외된다면 재야세력과 연합해 장외투쟁 방식을 취할경우 정치불안이 심화될 것입니다. 이에대해 합당세력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평민당이 재야세력을 흡수해 참다운 진보ㆍ혁신 색깔을 띤 정당으로 발전할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ㆍ정치적인 여건이 그같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안=이번 정계개편을 보혁구도의 정립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통합세력이 급격한 변화를 원치않는다는 점에서 보수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본질적으로는 군부 기술관료 직업정치인들로 이루어진 기득집단의 결집이기때문에 정치안정의 올바른 기능을 하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현행 선거제도와 노조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진보세력이 성장할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보혁구도는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이번 3당통합이 우리사회의 기득권집단의 결집이란 의견에 동감입니다. 산업사회의 갈등이 분출되고있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강한데 이번과 같은 보수대연합으로는 이를 수용,해결치못할것으로 봅니다. 현실적으로 진보ㆍ혁신정치세력이 자랄수 없는 상황에서 인위적 보혁구도설정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어서 장기적 발전가망성이 없다고 봅니다. 일본ㆍ영국등 선진산업사회처럼 진보세력이 성장할 여건이 안되어 있다는 점이 이번 정계개편의 근본적인 제약조건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진보자리 마련을

▲민=통합신당이 어떻게 조화롭게 정당정치를 리드해나가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정책정당을 지향하면서 혁신진보세력이 설자리를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안=양당제냐 다당제냐로 민주 비민주를 구분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 나라의 정치문화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지요. 그러나 보혁양당체제보다는 보다 정치이념이 분화된 다당제가 더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번 합당은 무리하게 양당제를 추구해 국민의 정치적상상력을 뛰어넘은 정치연합이라고 할수있고 무엇보다도 우리시대가 안고있는 민주주의실현ㆍ경제정의 실현에 힘을 발휘할수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경제계가 환영하고 당장의 정치적 안정을 지지하는 일부 중산층은 있겠으나 대다수국민이 공감할수있는 구국적차원으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어=베네수엘라에서 정치개혁을 통해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해 모든 정치세력이 하나로 뭉쳤듯이 우리의 경우도 정치안정과 경제난국타개ㆍ남북통일기반조성등 국가ㆍ민족적 과제해결을 위해 30여년간 싸워오던 사람들도 뭉칠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위적 보혁구도나 보스중심의 권위주의적 정당운영방식으로는 통합이 오래갈수는 없을것입니다. 정당밖으로 결속의 요인이되는 견제세력이 있어야하고 안에서는 민주적인 당운영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신당내부에서 권력다툼ㆍ파벌싸움등이 만성화할 우려가 높습니다.

▲안=거대여당의 견제세력으로서 평민당이 성장할 것인지도 두고봐야합니다. 평민당자체가 보수와 혁신을 내포하고 있는 복합구조여서 향후진로가 주목됩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관심은 김대중총재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김총재를 중심으로 똘똘뭉칠것 같은 예상인데요. 그래가지고는 어려울것입니다. 김총재가 제2선으로 물러나는 「대결단」을 내리고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범야를 묶는다면 정계판도가 다시 달라질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스페인의 경우가 정치대타협을 통해 성공적인 민주화를 추진한 사례입니다. 우파의 수아레스가 좌파인 곤살레스와 연합해서 군부ㆍ학생ㆍ노동자들의 협조를 얻어 화합의 길로 나갔으며 나중에 곤살레스가 집권한 뒤에도 온건 좌파로서 오늘날까지 안정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3당만의 통합으로 신당이 창당됐지만 새로운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것입니다.

▲안=1930년대 오스트리아는 급진좌파인 사회당과 천주교보수계의 우파가 시민전을 할 정도로 극단적 대결을 했으나 2차대전후에는 대연정을 이뤄 오늘날까지 정치안정을 누리고 있습니다.

독일도 60년중반부터 기민당과 사민당이 내외의 국가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대연정을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70년대를 위해 양당이 자연스럽게 결속했고 급작스런 변혁이 아닌 도덕성을 기초로 민주제세력이 결집해 새정치질서를 구성했던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민당의 브란트가 70년대에 화려한 동방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입니다. 70년대 이탈리아에서도 기민당과 공산당이 화해를 모색했었는데 이같은 노력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도덕성을 기초로한 구국적차원의 연합이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이번 3당통합은 언뜻봐서 1955년 일본에서 자유당과 민주당이 연합해 자민당을 만든것과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정치문화나 사회ㆍ정치적 상황이 55년의 일본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2차대전후 일본에는 사회당ㆍ공산당등 혁신세력이 어느정도 국민들속에 뿌리를 두고 강하게 결집돼 있었고 이런 바탕위에서 자민당의 보수대연합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현재 혁신세력이 미미한 우리와 크게 다릅니다.

일본은 내각책임제의 틀속에서 파벌간 타협과 제휴를 통해 당이 운영됐다는점이 또 우리와 다릅니다.<정리=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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