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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붕 한가족/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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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붕 한가족/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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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주ㆍ김종필공화당총재가 22일 9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을 마치고 「역사와 국민 앞에 봉사한다는 일념」(공동합의문중 일부)으로 3당합당을 공식 선언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어리둥절하기보다 착잡해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다.노대통령이 합의문을 낭독하는 동안 옆에 서 있는 두 김총재의 모습을 빗대 「우 영삼 좌 종필」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적잖게 터져나왔다. 세사람의 합작은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가에서는 정치적 대변혁으로 보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세지붕 한가족」으로 결코 낯익지 않은 어색한 장면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세사람이 걸어온 정치행적은 판이하다는 말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김민주총재와 김공화총재는 공화당정권 시절 결코 융화할 수 없는 적대의 관계로서 김민주총재는 김공화총재가 소속한 정권으로부터 숱한 탄압을 받으면서 성장한 야당정치인이다. 또 두 김총재는 노대통령이 일각을 주도한 5공화국에 의해 한꺼번에 대권의 꿈이 좌절되면서 몇년간 암흑기를 보내는,어떻게 보면 구적 관계였다.

이러한 세사람이 그동안 쌓였던 과거들을 한꺼번에 청산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들이 공동선언문에서 말한 것처럼 「지난 시대의 고루한 이념과 거기에서 비롯된 낡은 가치관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사람이 「낡은 가치관」과 「과거의 은원」에서 해방되었다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인 것같다.

세사람이 합친 것은 그들의 주장대로 숭고한 역사의식과 소명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여소야대의 4당구조에서 자구책을 구하다 보니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세사람과 세당이 합당에 대한 이러한 시각을 씻어내고 명실상부한 「합당」을 이루기 위해서는 설혹 차선의 자구책이었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신당을 흠잡을 데 없는 자유민주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합심협력해야 할 것이다. 오순도순 당을 이끌어 민심을 수습하기보다 당권과 대권에 집착,분파와 파쟁만 벌일 경우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여론의 팔매질 뿐일 것이다. 지금은 「세지붕 한가족」이지만 「한지붕 한가족」이 되는 날이 바로 진솔한 합당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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