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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민의(장명수칼럼: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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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민의(장명수칼럼:1316)

입력
199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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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칼럼에서 문익환목사가 한 재소자로서 신속하게 병원에서 진찰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대해 독자 몇분이 전화를 주셨는데,며칠동안 그들과 나눈 대화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전화한 다섯분은 한결같이 문목사에 대해 나쁜 감정과 의심을 품고있었고,그가 한 재소자로서 가져야할 권리에 대해서도 냉담했다.『당신이 교도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문목사보다 더아픈 수감자들도 제때에 진료받지 못하는 것이 오늘 우리나라의 교도소 실태이다. 문목사가 특별대접을 받아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문목사는 재야투쟁과 입북뿐아니라 병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단식ㆍ농성ㆍ석방촉구서한 등을 보라. 그는 단순한 칠순의 재소자가 아니다』

오랫동안 칼럼독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아온 나의 경험으로 볼때 그들은 조직화된 전화부대가 아니고,보통국민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화하지 않는 더많은 분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있지만,일부국민들의 이런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문목사의 재야활동과 입북을 못마땅해 하고있고,그때문에 그가 감옥에서 중병을 앓는다해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을 태세였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들은 자기와 다른 생각,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격렬한 적대감을 보이는 증세를 갖게됐다. 흑백논리로 나쁜사람이냐,좋은 사람이냐를 가릴뿐 아니라 자기편은 무조건 찬양하고 반대편은 어떤 부당한 대접을 해도 괜찮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문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현행법이 어찌됐든 무조건 석방하라고 외치고,반대하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진찰받게 하는 것조차 편들어줄 마음이 없다. 이런식의 편협된 심리가 독선과 독재의 온상이 되고,결국 우리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이처럼 민심이 정반대로 나뉘어 비이성적인 적의를 품고있을때 서로 타협점에 이를수 있는 길은 이성을 찾아 이성에 복종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되자면 누구보다도 지도층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한다. 인권이란 선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소자에게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솔선수범하여 강조할 의무를 정부는 지고있다. 정부시책을 지지해줄 보수우익성향의 국민들이 비이성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는 한 정부는 지지자들로부터 진정한 도움을 얻지못할 것이다.

민정ㆍ민주ㆍ공화가 손을 잡고 거대한 여당을 만들었으니 갈갈이 찢긴 정국이 화합을 향해 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신당은 화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합으로 가는 첫걸음은 불리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이성적판단에서 나올 것이다. 찢긴 민의,서로 증호하는 민의를 정치가 이성으로 치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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