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민주공화」 합당이라는 개편작품이 나오자 항간에서는 1노3김중 누가 가장 많은 이득을 챙겼을까 하는 손익계산이 한창이다.먼저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이번 기회에 그의 정치적 능력을 재평가 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결단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언제나 어물 어물한다는 소리도 가끔 들어왔던 노대통령이 이번에는 정말 신속한결단으로 민주ㆍ공화 양당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재평가가 단연 우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능력을 과시한 노대통령이 이번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개편바람을 몰고다닌 기수인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어떤가. 일찍이 보수쪽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구호나 외쳐대는 투사의 이미지를 벗고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려 했던 게 사실이라면 김총재는 일단 그 시도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정부여당의 구성원으로 참여함에 따라 소멸하게 될 야당 정치인의 모습을 아쉬워 하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특히 그를 선호하던 지식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영원한 승부사인 김총재의 도박인 것 같다.
색깔이 같은 정당끼리 모여야 한다고 제일 먼저 보수연합을 제창했던 공화당의 김종필 총재는 가장 알찬 내실을 챙긴 셈이다.
4당체제의 막내로 제일 작은 살림이라 아무래도 다른 큰 집에 합류해야 했는데 민정당이나 민주당도 아니고 두 당을 합친 큰 새집에 같이 들어가 살게된 것이 결코 작은 성공은 아니다.
게다가 유신본당이니 유신잔당이니 하는 이미지도 청산한 셈이니 이것 또한 작은 소득이 아니다.
홀로 외로이 남게 된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가장 많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고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야대정국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즐기다 하루아침에 소수야당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고립감에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면 거대여당에 대항하는 거대야당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양당제하에서 국민들은 여당이 너무 비대해져 그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싫어하는 생리를 갖고 있다.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양당제하에서는 여야가 비슷하게 균형을 이뤄야지 여당이 너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인 정치풍토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김총재나 평민당이 마냥 실의에 젖어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혀 새로운 면모의 대야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지역성을 과감히 탈피해야 할 것이다. 우선 김총재 자신이 2선으로 물러난 뒤 각지역과 계층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게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는등 문호를 활짝 개방하면 인재과잉의 거대여당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새 야당의 문을 두들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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