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수용하면서도 아쉬움ㆍ침통 민정/“반란행위” “연대 투쟁” 강경기류 일색 평민/「전통 소멸」 허탈 불구 격려박수 호응 민주/전날 통보로 조용한 분위기속 안도 공화○민정당
○…합당선언을 지켜보는 22일 민정당의 표정은 한마디로 침통함과 기대가 시종 교차되는 분위기.
대부분의 주요당직자들은 전날 밤 이미 긴급소집된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상황설명」을 들었던 만큼 충격이 덜한 모습이었으나 하위당직자들은 사실상의 민정당 해체를 의식하는 듯 허탈감이 역연. 특히 중앙당사에는 각 지구당에서 걸려오는 문의 및 항의전화가 쇄도했고 『「평생동지」라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민정」의 소멸을 아쉬워하는 모습들.
평소보다 다소 늦은 상오 9시께 등청한 박태준 대표는 30분간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 뒤 중집위회의에 앞서 박준병 총장 등 핵심당직자들과 구수회의. 박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평민측의 반발에 대해 『인위적인 게 아니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합의」로 이루어지는 통합인 만큼 문제삼을 게 없다』고 일축하고 『대호남관계에 대해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진지한 착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호남권위무책이 준비돼 있음을 시사.
민정당은 합당결정의 공식화를 위해 이날 상하오 두차례 중집위를,또 사무처요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사무처요원 임시회의를 각각 소집하는 등 「뒤처리」에 부심. 또 「1노2김」의 청와대회담이 끝난 뒤에는 노대통령 주재로 중집위원ㆍ소속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노대통령으로부터 회담결과를 설명받고 이를 추인.
긴급 중집위에서 위원들은 이미 기울어진 「대세」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추진의 비밀성과 합당후 지역성 심화 등 문제점을 집중거론.
박대표는 회의초 『역사적 정치발전의 결단순간이 임박했다』는 극적표현으로 위원들의 발언을 유도했고 박총장은 『총재께서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결과 오늘의 결단에 이른 것』이라고 「쐐기」를 박으며 사안의 성격상 보안유지가 불가피했음을 강조. 이에 정순덕 의원이 『착잡한 심경이나 21세기를 향한 시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동조.
그러나 지연태 의원ㆍ양창식 전북도지부 위원장 등 호남권 인사들은 『개편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나 호남고립화와 반호남세력의 집결이란 인상을 줘선 안된다』 『중선거구제도의 개선 등 호남의 여권 부재현상을 타파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력주문.
이종찬 의원은 합당의 문제점으로 「내각제 추진으로 인한 레임덕 현상의 조기발생」을 지적한 뒤 『이제부터는 광범위한 사람을 참여시켜 알뜰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합당절차의 공개를 촉구.
이어 민정당은 청와대에서의 의총을 마친 뒤 당사로 돌아와 또다시 중집위를 열고 ▲3당총재의 「새로운 역사창조를 위한 공동선언」 전폭지지 ▲정책중심의 현대적 정당정치질서 확립 ▲민주ㆍ번영ㆍ통일의 길로 매진한다는 등 3개항의 결의문을 채택.
○평민당
○…평민당은 22일 청와대 3자회담에서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합당원칙이 공식선언되자 「국민주권에 대한 반란행위」로 규정,원인무효를 선언하는 한편 범민주세력과 연대해 싸워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등 강경기류 일색.
김대중 총재는 이날 상오 여의도 당사에서 총재단회의를 주재,『민정ㆍ민주ㆍ공화 합당선언은 파렴치한 국민배신행위로 완전히 무효』라고 비난한 뒤 『평민당은 유일야당으로서의 사명감과 함께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비장한 각오가 되어있다』고 다짐.
김총재는 『지난 4ㆍ26총선에서 야당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위배한 이상 이미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민주ㆍ공화 양당을 싸잡아 공격하고 『주권자가 우롱당한 선거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며 의원직사퇴를 요구.
김총재는 합당선언과정 자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당내 협의과정도 전혀 거치지 않은 파쇼독재적 자세』라고 성토한 뒤 『노태우 대통령도 불과 10일 전에 자신이 국민앞에 한 말을 스스로 뒤엎는 것을 보면 이제 노정권하에서 민주주의는 기대하기 어렵게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
김총재는 이날 하오 5시20분께부터 동교동 자택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일체 「사양」한 채 정관에 돌입. 또 여의도 당사에는 한광옥 비서실장ㆍ김태식 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만이 TV를 통해 3당합당 발표를 주시.
김대변인은 3당합당의 공식발표후 논평에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피력.
한편 야권통합파의 정대철 의원은 이날 총재단회의가 끝난 뒤 김총재와 20여분동안 면담했는데 김총재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급박한 상황인 만큼 야권통합등 범민주연합이 당의 분열로 비쳐져선 안된다』며 『며칠 두고보자』고 일단락지었다는 후문.
○민주당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이날 하오 7시35분께 청와대에서 당사로 돌아와 『세 사람이 각각 준비한 발표문을 공동검토해 최종 결정했다』고 전하면서 이날부터 3인의 국정공동운영이 돌입됐음을 여러차례 강조.
김총재는 『민주자유당이라는 당명은 내가 제의해 두분이 즉석에서 좋다고 해 결정했다』면서 『국정전반과 신당창당문제를 계속 협의하기 위해 최소 1주일에 한번씩은 세 사람이 식사나 차,아니면 골프를 함께 하며 만나기로 했다』고 소개.
김총재는 『언론에서 내각제 문제를 크게 보도했는데 내각제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현재 서로 당론이 다르고 앞으로 논의할 기회가 많은 점을 들어 차차 다루자고 했다』고 설명한 뒤 「혁신정당」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앞으로 혁신정당이 출현할 수 있도록 도우기로 했지만 의회의 틀안에서 행동할 때만 지원키로 했다』고 언급.
김총재는 또 『화합ㆍ화해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집권여당이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단숨에 「그렇다」고 대답.
김총재는 또 『민정당 사람들과도 수시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라고 3당이 한식구가 됐음을 부각.
한편 이날 김총재의 기자회견에는 그간 거취문제로 주시를 받았던 이기택 총무가 20여명의 당직자 의원들과 함께 김총재와 악수를 나눠 이총무가 결국 김총재를 따르게 됐음을 표시.
한편 이에 앞서 이날 상오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는 전통야당으로서의 존재소멸에 따른 허탈감 때문인 듯 착잡한 분위기였으나 참석자 대부분이 김총재의 결단에 호응하는 격려박수로 종료.
이 자리에서 강인섭 부총재는 『30∼40년간의 투쟁목표가 허물어지는 지금 허탈하기도 하겠지만 개인 이해나 당리당략은 극복하자』고 결속을 강조했고 김총재는 회의를 마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고 만든 민주당을 해체할 생각을 하니 갖가지 감회가 생긴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공화당
○…청와대회담을 끝낸 김종필 공화당 총재는 이날 하오 7시45분께 당사에 도착,당무회의실에 대기하고 있던 당직자ㆍ현역의원ㆍ지구당위원장들의 힘찬 박수를 받으며 입장.
김총재는 『발표문 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문을 연 뒤 『많은 문제를 얘기하느라 장장 9시간을 보냈다』 『이야기 한 내용은 앞으로 정책으로 가시화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게 될 것』이라고만 설명.
김총재는 발표문에는 없는 신당의 권력구조,지자제 실시문제,내각참여문제 등의 질문에 『발표문 그대로이며 앞으로의 문제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거론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구체적 언급을 애써 회피.
김총재는 당직자들과 단란한 모임을 갖고 곧바로 청구동 자택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휴식.
이날 김총재는 전날밤 당무위원ㆍ소속의원 합동회의에서 신당창당과 그동안의 과정을 소상히 밝혔기 때문인지 22일 아침엔 평소보다 늦은 9시15분께 느긋하게 당사에 출근,별다른 회의없이 당직자 및 기자들과 잠시 환담을 나눈 뒤 9시30분께 청와대로 출발.
김총재는 『오늘 청와대회담에서 김영삼 민주당총재를 신당의 대표최고위원으로 제의하겠다』면서 『나는 신당이 출범하면 평당원으로 일하겠다』고 겸양.
김총재는 그러나 『평당원으로 일하겠다는 것이 백의종군의 뜻이냐』는 질문에는 『꼭 그런 의미가 아니라 평당원의 정신으로 「맡은 일」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라고 「맡은 일」을 부각시켜 5인의 최고위원직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
한편 신당창당 역할의 막후실무역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진 김용환 정책위의장은 그동안의 비화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오늘 회담의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밝힐 수 없다』며 예의신중함을 견지했으나 엄청난 일을 「총재 뜻대로」 엮어낸 데 대한 안도감으로 평소의 무표정과는 달리 크게 밝은 모습.
한편 공화당 내에서는 일본 자민당을 모델로 한 JP 구상이 가시화된 것을 감안해서인지 소설 「요시다(길전)학교」 「일본 보수당 소사」 등 자민당과 관련한 일 책자들을 탐독하는 모습이 이날따라 많이 눈에 띄기도.<정병진ㆍ신효섭기자>정병진ㆍ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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