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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구체화… 숨가쁜 정치권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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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구체화… 숨가쁜 정치권 표정

입력
1990.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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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개편 대폭풍」 휴일정가 강타/“헌정사 초유 정치혁명”… 기대와 우려/민정 안가서 철야합숙… “상황 모두 끝나” 시종여유/민주 “선제공격 성공” 평가… 신당골격 합의 주장도/공화 “우리 주가 높아지겠다”… JP구상 실현 만족/평민 “이젠 갈 데까지 갔다”… 김 총재 대응각오 비장정계개편을 둘러싼 주말정가의 움직임이 초고속으로 치달은 데 이어 일요일인 21일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합당구도가 사실상 공식화되자 휴일 여야정치권의 표정은 시종 긴박감에 휩싸였다.

정부와 민정당은 일단 고위당정협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협의하는가 하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날 상오부터 하오의 「중대발표」를 미리 흘리며 긴장감이 고조된 분위기. 「대변혁」의 「D데이」를 하루 앞둔 각당의 분주한 행보를 살펴본다.

○여권

민정ㆍ민주ㆍ공화 등 3당의 합당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주중부터 삼청동 안가에서 「철야합숙」하며 합당원칙 마련에 골몰해온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비롯한 정부와 민정당 핵심인사들은 「22일 청와대 3자영수회담」과 「3당합당」이 결정되자 안도의 한숨 속에 만족스러운 표정.

청와대의 홍성철비서실장,최창윤정무수석,이수정공보수석,노재봉특보와 민정당의 박준병총장,박철언장관 등은 21일에도 심야당정모임을 갖고 22일 청와대회담에서 밝힐 「공동발표문」의 문안과 후속조치를 새벽까지 논의.

민정당도 이날 밤 롯데호텔에서 긴급확대 당직자회의를 열었는데 참석자 모두 시종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

이날 회의에는 고문및 당5역 등 핵심당직자와 박철언정무1장관,박정수국책평가위원장,이태섭국책연구소장 등 당직자 전원이 참석했는데 박태준대표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회의는 밤 9시30분께부터 시작.

박희태대변인은 『참석자 모두 공감은 하면서도 우려를 많이 했다』면서 『헌정사상 여야가 합당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모두 집안단속을 잘해 모처럼의 역사적 통합을 훌륭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논평.

회의장인 롯데호텔 3442호에는 박대표가 도착하기 전 하오 8시께 대부분 참석자들이 모였는데 박정무1장관이 일체 얘기를 하지 않아 한동안 분위기가 어색. 한 당직자는 『참석자 모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소상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너무도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대표가 오셔야 얘기를 꺼내는 게 순서』라고 말해 이번 「사건」이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돼왔음을 입증.

1시간20분에 걸친 이날 회의는 통합추진작업이 매우 극비리에 진행됐던 만큼 참석 당직자들에게 그간의 배경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

박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박희태대변인을 통해 『통합은 정치발전 과정에 있어 역사적 필연에 입각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또다시 좋은 기회를 맞기 어렵다는 것이 통합에 참석하는 정당끼리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설명.

박대변인은 『청와대회담의 내용중에는 깜짝놀랄 부분도 많을 것』이라며 『통합의 법적 측면이나 여러 부작용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김정례고문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기자들이 쓰고 싶은대로 쓰시오』라고 말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는데 이번 통합이 사실상 민정당 해체를 전제로 한 때문인지 정동성총무도 회의도중 눈물을 글썽거렸다는 후문.

또한 박대표는 전날인 20일 하오 극비리에 청와대를 방문,노태우대통령과 1시간40분에 걸친 단독면담을 갖고 22일의 발표 이후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는데 이날 하오 행사에서의 표정이 무척 밝아 향후진로에 대한 낙관을 시사하는 듯한 인상.

여권의 관계자들은 특히 3당통합으로 개편내용이 드러날 경우 가장 심각한 딜레마로 여겨온 지역감정 심화문제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는데 한 관계자는 『민주ㆍ공화당에서 일부 이탈자가 발생해 평민당쪽으로 흡수될 경우 평민당으로서도 지역당을 탈피할 절호의 기회를 잡는 게 아니겠느냐』며 역설적인 논리를 전개.

○민주당

김영삼민주당총재는 21일 상오 민정당의 정동성총무와 접촉한 서청원비서실장으로부터 청와대 3자회동소식을 전달받고 청와대측 의사를 즉석에서 수락.

서실장은 전날 밤 정총무와 전화접촉을 거쳐 이날 상오 8시 강남 P호텔에서 3자회동을 제의받은 뒤 곧바로 상도동의 김총재에게 달려가 이를 보고.

서실장은 이어 강삼재대변인을 같은 호텔에서 다시 만나 청와대회동의 발표시간 내용등을 협의했고 강대변인은 이를 바탕으로 3당간 연락을 긴밀히 취하며 이날 저녁의 전격 발표방안을 공동협의.

이날 발표시간은 청와대측이 『하오 8시까지는 보안을 지켜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3당이 하오 8시 동시발표키로 합의했으나 이 사실이 새나가기 시작했는데 공화당 의원총회 주변에서 먼저 소식이 전해지자 강대변인도 서둘러 하오 7시30분께 발표.

이에 앞서 김총재는 서실장과 강대변인과 함께 청와대회동과 관련한 민주당의 향후 대책에 관해 의논을 했고,김총재는 평소대로 교회에 다녀온 뒤 하오내내 자택에 머물렀다가 몰려간 기자들과 간담회도.

그러나 김총재는 상도동 자택에 들어오기 전 모처럼 단골 이발관에 들러 머리를 깎으며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보였는데 강대변인이 발표를 한 후 자택에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면서 계속 즐거운 표정.

이날 사실상의 신당창당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당내 소식통들은 『그동안 청와대와 민정당및 민주ㆍ공화 고위관계자들 사이에 수면 밑의 활발한 접촉이 있어왔다』면서 『이같이 깜짝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신당의 골격에 대한 합의가 거의 완결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전언.

김총재의 측근은 「1ㆍ22청와대 회동」의 의미에 대해 『그동안 민주ㆍ공화 부분통합등 신당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얘기들이 한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이 신당을 창당할 방침이 확정됐다는 뜻이며 청와대회담 자체가 신당창당에 착수한다는 뜻』이라고 설명.

이 측근은 이어 『신당은 신설합당이지만 실제는 3당이 「헤쳐모여」하는 방식의 실질적 창당의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귀띔한 뒤 『청와대회동에서 이와 관련된 기본원칙이 논의될 것이며 3당은 각각 자기 역할들에 착수할 것』이라고 언급.

또다른 소식통은 전격 발표 배경에 대해 『민주ㆍ공화의 우선 합당 움직임에 여권이 적지않은 압박감을 받으면서도 이를 차단할 능력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민주ㆍ공화만이 신당으로 지자제선거에 나설 경우 여측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리측은 판단하고 있었다』라고 민주측의 「선제공격」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

○공화당

공화당은 21일 하오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김종필총재 주재로 당무위원및 소속의원합동회의를 긴급 소집,김총재로부터 청와대영수회담과 3당합당문제에 대한 긴급보고를 들었다.

이날 회의는 하오 6시30분에 예정됐었으나 갑자기 쏟아진 눈 때문에 김총재의 도착이 늦어져 회의 시작이 1시간30분 지연된 8시께야 시작됐는데 김총재가 보고를 시작했을 때는 저녁뉴스와 일부의원들의 입을 통해 대변화의 실체를 거의 감지하고 있었다.

이날 김총재는 6시30분 정각에 도착하기 위해 1시간 전에 청구동 자택을 출발했으나 시내교통 혼잡으로 길이 막히자 차량 무선전화를 통해 총장에게 연락,『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를 하라』고 지시한 뒤 하오 7시45분께야 회의장에 도착.

김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3당 합의사항을 설명한 후 『그동안 미리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조심스럽게 사안을 다루느라 별짓 다했으며 한때 일이 잘 안풀려 실망한 적도 있었다』는 등 그동안 추진과정에서의 애로점을 설명.

김총재가 이어 『통합추진위원회의 위원 5명은 다른 두 당과 상의해서 선출토록 하겠다』며 『마지막으로 한번더 내가 알아서 잘 할 수 있게 위임해달라』고 말하자 참석자 전원이 박수로 흔쾌히 수락.

그러나 이날 모임이 끝난 후 일부 의원들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는데 특히 이대엽의원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합당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한 뒤 『국민이 믿고 신뢰할 지도자가 누구냐가 문제지,뭉치기만 하면 뭐 하느냐』고 계속 목청을 돋우기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모여 사태의 추이와 이후 공화당의 위상에 대해 의견을 교환. 의원들은 일단 「JP구상」대로 보수대연합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반가워하면서 당직배분문제ㆍ원외지구당위원장의 반발문제 등에 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

이희일의원은 『앞으로 3당의 당직배분등 지분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 될 것같다』며 『그러나 원외지구당위원장 반발문제는 민정ㆍ민주당과는 달리 우리당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낙관.

또 다른 한 의원은 『앞으로 계보정치가 활성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우리당도 반드시 하나의 계보로 형성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예컨대 「공화계」 「청구계」 등으로 분파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이날 회의소집은 지난 19일 김총재가 단독결정,관련의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회의 시작 한시간 전까지 의원들도 서로 모를 정도로 보안.

특히 김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의총사실을 알리지 않고 『바빠서 못만났는데 오랜만에 몇몇이 모여 식사나 함께 하자』고 말하는등 극비보안에 신경을 썼다는 것.

또 다른 한 의원은 계보정치활성화와 관련,『이제 각 계보들의 보스들이 단 한명이라도 더 많은 의원수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우리 의원들은 지금보다 주가가 좀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즐거운 표정.

○평민당

평민당은 민정ㆍ민주ㆍ공화의 보수대연합이 노태우대통령의 마지막 결심을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도중에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해왔으나 21일 하오 막상 최종결정이 전해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김대중총재는 20일 상오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대통령이 굳이 안정을 해칠 정계개편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나 이같은 일말의 기대는 하루가 못돼 완전무산.

김총재는 21일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한 당직자에게 『만약 보수대연합을 한다면 또다시 감옥에 갈 각오를 가지고 국민과 더불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보인 뒤 『그러면 노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운 뒤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는 다 틀린 것 아니냐』고 강경대응방침을 시사했다는 후문.

또 한 주요당직자는 『이처럼 전격적으로 결정 내릴 줄은 몰랐다』고 놀라면서 『이제와 생각해보니 평민당을 따돌린 가운데 엄청난 막후작업이 진행됐던 것 같다』고 흥분.

이 당직자는 『노대통령이 불과 10여일 전만해도 기자회견등을 통해 인위적 정계개편에 반대한다고 해놓고 나서 이럴 수가 있느냐』며 『이제 정국은 안정을 되찾기는커녕 갈 데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우려.<조재용ㆍ정진석ㆍ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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