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깊숙한 작업」 뒷받침/대연합 「권력배분 열쇠」로 주목/각당 지도층 역할분담 합의여부등 변수여권이 금주중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든 정당의 연합을 촉구하는 선언을 할 것으로 20일 알려짐으로써 정계개편 논의를 둘러싼 저간의 급박한 흐름은 마지막 급류를 타게 됐다. 사실 여권의 이같은 혁명적 발상은 정계개편에 관망자세를 견지하며 애써 언급을 피해오던 민정당 고위당직자들이 연일 잇단 내각제개헌 시사발언을 한 데서 서서히 복안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박준병총장은 19일 여권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노태우대통령의 정계개편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 임기중 내각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던졌다. 박태준대표도 20일 박총장의 발언을 부인하지 않으며 『대통령이 정치제도적 처방으로 내각제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가세했다.
이들의 발언은 민주ㆍ공화의 급박한 신당추진 움직임과 일부에서 민정ㆍ민주ㆍ공화의 대연합신당설이 심심찮은 현실에서 보면 돌연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연두회견이나 3김회담에서 정계개편 문제를 『여론의 방향과 정치권의 의견을 들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만 언급한 대목과 비교하면 여권 고위인사의 입으로 노대통령의 개편의사를 명백히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나아가 대통령중심제와 달리 권력의 배분을 기본성격으로 하는 내각제개헌을 언급함으로써 정계개편의 큰 물줄기를 분명히 시사했다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함께 이들은 개편의 유형으로 ▲탈민정당체제의 강화 ▲민정ㆍ민주ㆍ공화가 합치는 신당 ▲원내정당과의 연정 ▲특정정파를 배제않은 범보수대통합 등을 제시함으로써 여권내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한 깊숙한 작업이 추진되고 있음도 암시했다.
특히 여권내 개편추진파의 한사람으로 알려진 박총장이 개편의 명분으로 ▲경제난이 향후 정치전망의 불확실성에 기인하고 있고 ▲북한이 우리의 4당체제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으며 ▲예컨대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이 2년을 끄는 등 행정집행 능력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거론,여권의 개편복안이 어떤 흐름을 탈지 가늠케도 했다.
이러한 언급에다 박총장이 「사견」의 형태로 내각제개헌까지 제시한 것은 권력의 배분문제가 필연적 관건이 되는 정계개편의 큰 윤곽이 이미 잡혔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내각제개헌은 그동안 여야 가릴 것없이 간간이 제기되어 왔으나 『시기가 아니다』는 이유로 번번이 잠복이슈로 남겨진 부분.
따라서 민정당의 내각제 언급은 최근 신정치질서를 내걸며 신당을 추진해온 민주ㆍ공화가 내각제로 돌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20일 정계의 정통한 소식통이 『현재 추진중인 정계개편은 내각제로의 권력구조 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잘라 말하며 『정치일정을 감안,14대총선은 내각제정부를 구성하는 선거로 치러져야 하며 때문에 91년말이나 92년초 개헌을 매듭짓게 될 것』이라고 정치일정까지 밝혔다. 이는 여권이 지난해 「12ㆍ15대타헙」 직후 중장기 정국구도를 그리면서 「90년 개헌안마련→91년 상반기 여야협상→91년 정기국회 개헌안 통과→92년초 국민투표 통과→14대총선」이란 일정을 마련했던 것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 경우 관심은 4당체제의 개편을 포함한 정계개편과 내각제개헌과의 직간접적 「고리」 여부.
민정당 박대표와 박총장이 개헌을 언급하면서도 『정계개편의 방향과 시기를 둘러싼 당내의견을 수렴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단은 양자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미 민주ㆍ공화가 내각제로 선회했고,민정당이 이에 가세,한 목소리를 낸 만큼 산술적 개산으로도 국회개헌선의 확보를 점칠 수 있는 것이다. 평민당이 대통령중심제와 결선투표제를 고수하고 있어 여론의 향배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말 박준규전민정대표가 『지방의회선거를 치르는 과정과 결과에 따라 양당체제로의 정계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배경에 대통령중심제 유지를 깔고 있었다는 해석이고 보면 굳이 개편과 개헌을 짝지어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여권의 정계개편구상에 지역성 문제가 심각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앞질러 내각제 발언이 나온 만큼 개헌을 「독립변수」로 간주할 수 있다는 풀이다.
반면 정계소식통들은 『비록 개편과 개헌의 인과관계를 딱 부러지게 고집할 순 없으나 이른바 보수대연합쪽으로 방향이 잡히면 제정파간의 권력배분을 위해선 내각제가 필연적』이란 해석이다.
따라서 이들은 내각제 거론이 역으로 수면하의 보수통합 움직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지표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덧붙여 여권의 고위당국자가 『정계개편은 특정정파끼리의 연합이 아니라 모든 당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평민당의 반발을 의식하고 나선 것이 주목대상. 이 당국자는 『4당 모두가 참여하는 중도세력통합은 지역성해소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호남고립화를 경계하는 당내 일부의 시각을 견제했다.
이렇게 보면 당의 고위당직자 입을 통한 내각제개헌 발언은 범보수통합에 따른 충격을 사전에 완화하고 은연중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정계개편의 현실적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는 제정파의 연정을 상정할 경우에도 차기권력구조는 자연스레 내각제로 귀결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박총장이 ▲당내의 의견이 가능한 한 조속히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한 점 ▲차기정권 경쟁은 13대 대통령선거의 재판이 되어선 안된다는 게 노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한 점 등은 내각제개헌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을 강력히 시사한 대목이란 게 유력한 해석.
그래서 정치권에선 향후대권의 권력배분과 관련,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을 점치는 소리도 점차 부상되고 있다.
현재 여권은 내각제개헌 언급으로 정계개편 복안의 일단을 내보인 후 여론의 동태를 살피며 24일께로 예정된 김영삼김종필총재의 공식회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같다. 따라서 내각제개헌을 애드벌룬으로 띄운 여권의 속셈도 24일께를 전후해 가시화될 전망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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