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3일 서울 영동과 여의도일대의 부유층가정 26곳에 온라인송금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배달돼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하더니 새해들어서도 지난5일과 13일 여의도의 두집에 또 협박편지가 날아들었다. 이 두집은 두번째였다.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협박편지의 내용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염산을 뿌리겠다는 것으로 가족들의 최근생활까지 적혀있어 자녀를 피신시키는 소동이 빚어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편지의 필적감정을 의뢰하고 「공조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던 지난6일 문구사직원 김모씨(28ㆍ서울 송파구 석촌동)는 영문도 모른채 영등포경찰서에 끌려갔다. 용의자로 몰린 김씨는 철야조사를 받으며 무고함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경찰은 혐의점을 전혀 찾지못하자 귀가조치하면서 『수사를 하다보면 이런일도 있는 것』이라는 말로 김씨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 열흘뒤인 17일새벽 김씨는 강남경찰서에 의해 집과 회사사무실의 책상서랍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이날상오에는 또 강남경찰서에 「자진출두」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때까지도 강남경찰서는 영등포서가 김씨를 연행조사한뒤 이미 무혐의 처리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두경찰서가 김씨를 수사한 이유는 김씨가 범인이라는 30대남자의 제보전화 때문이었다. 이 남자가 김씨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무고전화를 계속 걸었던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이 두번씩이나 조사를 받은 김씨는 『주위로부터 눈총을 받아 직장생활에서 큰피해를 입고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한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말로만 공조수사를 하면서 서로 자기가 챙긴 단서를 다른 쪽에서 눈치챌까봐 보안유지에 급급한채 실적쌓기 결쟁을 벌이는 경찰에게 김씨처럼 당한 사람은 적지않을 것이다.
김씨는 『경찰은 애꿎은 시민을 괴롭히지 말고 생사람을 괴롭히는 전화무고범부터 잡으라』고 항변하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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