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산업평화의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극렬한 노사분규의 위험이 있는 한,우리 경제의 앞날엔 암울한 병상이 기다릴 뿐이다.산업평화의 근간은 이해와 설득,아량과 화합이다. 여기엔 노와 사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포함한 3자의 합의가 긴요하다. 타율에 의하기보다 자율에 따른 노사관계의 안정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 2,3년간 우리의 노사분규는 매우 격렬한 양상을 노출했다. 노동자들의 욕구불만이 일시에 폭발함으로써 파업이라는 극한 수단에 호소하는 게 상례화되었다. 과거는 그렇다치고,당장 급박한 것은 올해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정착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핸 정부가 미리 노사분규 예방책을 마련하고 선수를 던졌다. 정부는 당근과 회초리의 대응책을 택했다. 노동자들의 자기집 마련을 적극 도와준다는 복지정책을 당근으로,불법ㆍ과격한 노동운동은 엄벌하겠다는 공권력 동원의 회초리를 내놓았다. 말하자면 강ㆍ온책을 병행시키면서 강경쪽으로 크게 기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과격한 색깔을 띤 전노협을 철저하게 위험시하고 결성 자체를 와해시킬 결의를 표명했다. 아울러 전노협을 포함한 제3자 즉 외부세력의 노사 개입은 단호하게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압적 대응에 대한 강경 저항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한편 사용자측에도 엄격한 제약을 두었다. 구사대의 폭력은 응징하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은 과격한 노동운동에 대한 엄벌주의를 노사양쪽에 경고한 셈이다.
노사분규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사실은 그러대로 상당히 넓은 범위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의 경제위기가 노사분규만이냐는 시각엔 엇갈림이 있다.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는 노동자들의 지나친 요구가 위기의 큰 요인으로 비치나,노동자들은 계속 저임과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각차이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앞으로의 어려운 과제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국면은 노사분규만 아니라 물가불안ㆍ실업ㆍ기술낙후 등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회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지금은 국민 모두의 자제가 요구되는 어려운 시기임이 분명하다. 기업주들부터 뜨내기 졸부사고를 청산하고 정직한 산업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오늘의 위기상황을 넘기고 보아야 한다. 갈데까지 가보자는 극단적 사고와 행동은 배제함이 옳다. 공존을 깨면 공멸이 있을 뿐임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공권력과 노조의 강압적 충돌은 반드시 억제되어야 한다. 당장을 참지 못하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은 범할 수 없는 일이다. 고비만 잘 넘기면 여유있게 자기 몫을 더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꼭 조성되리라 믿는다. 지금 가장 소망스러운 것은 기업인의 정직과 노동자의 인내이다.
용이 되느냐 지렁이가 되느냐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에 달렸다. 대화와 타협이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형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거듭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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