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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민족분쟁은 그들의 문제”/“성역” 간주하는 미측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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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민족분쟁은 그들의 문제”/“성역” 간주하는 미측의 시각

입력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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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응징 의무”… 몰타정신 따른 진압 두둔도/“분리운동 추세등 경제위기보다 심각” 분석미국의 소련문제 석학 조지ㆍ케넌 프린스대 교수는 최근 상원외교위 증언에서 『고르바초프의 위치가 언제 돌연 바뀔지 모른다』고 전망,고르바초프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그는 경제난국의 구조적 타개에 주안을 둔 페레스트로이카의 국민기대 충족실패와 소련내 다수 소수민족들의 그동안 억눌려왔던 민족주의 충동분출이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생존에 최대 위협이라고 했다.

즈비그뉴ㆍ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운동 추세와 상호대립,충돌의 가능성 등 민족문제가 경제위기문제를 압도하는 딜레마라고 단정했다.

일부 소련학자들도 미국 전문가들의 이런 진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측근이며 인민대표대회 대의원인 진보적 사회학자 타티아나ㆍ자슬라프스카야는 『사회적 긴장과 침범ㆍ약탈의 빈도가 트란스 코카서스(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그루지야) 지역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에서 높아지고 있다. 부르주아적인 관용의 개념은 우리 정치문화에서 뿌리 뽑혀졌다. 사람들은 하나의 진리 즉 「우리편이 아니면 우리의 적」이라는 것만 믿게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러한 극단논리를 극복하려면 수년 내지 한세대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부시행정부는 리투아니아의 독립운동,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민족간의 유혈충돌과 이에 대한 모스크바 중앙정부의 무력진압 등 일련의 소련 민족문제에 대해 우선은 정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소련 국내문제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우리는 질서가 붕괴될 때 새로운 질서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몰타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협력과 타협』의 정신에 따라 소련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고르바초프의 접근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미 언론들도 고르바초프를 성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사설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충돌을 『가장 추한 민족주의』라고 비판했고 『코카서스의 유혈극처럼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온건민족주의자들의 연약한 연립에 심각한 도전은 없다』고 규탄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어떠한 정부든 테러를 응징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소련제국의 발칸화』와 이것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미칠 악영향이다. 소련의 민족문제는 소련의 역대 전통외교 정책인 팽창주의 정책의 유산이다.

힘이 미치는 대로 주변국을 마구 흡수,합병했고 정복된 소수민족을 스탈린 치하에서는 언어,문화,종교,거주집단에 관계없이 분산시켜 민족의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차르(제정러시아황제) 시대와 스탈린체제 아래에서는 민족주의운동 말살정책으로 눌러놓았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집권하면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정책에 따라 중앙집권체제의 지방분권화,통제경제의 시장경제화를 추진하면서 이제까지 내연해 온 소수민족의 민족주의가 분출의 기회를 찾은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판도라 상자를 열어놓은 것이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마르크스가 제정러시아를 한 때 국가들의 형무소라고 했는데 스탈린이 이것을 국가들의 무덤으로 만들었고 이제 고르바초프 치하에서 소련제국이 국가들의 화산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소련제국」의 핵분열이 현실문제로 기폭점에 이르면 고르바초프는 제국의 보전이냐 페레스트로이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게 되고 이러한 딜레마에서 고르바초프가 실각을 면하려면 페레스트로이카의 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브레진스키는 소련이 대러시아제국으로 남아 있거나 다민족 민주주의 연방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소련이 「제국의 보존」을 선택한다면 이에 따른 힘의 시위가 동구에까지 파급,냉전체제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소련인구의 약 절반인 러시아인과 비러시아인,그리고 외부세계 등 만인에게 이상적인 선택은 소련의 진정한 연방화에 있다고 이론적 타개책을 제시했다. 부시행정부는 소련 민족문제를 성역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를 『공기처럼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러시아인의 민족주의가 러시아제국의 사실상의 붕괴를 수용할 것이냐는 데 있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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