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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만 믿고 있을 수 없다/개인 방범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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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만 믿고 있을 수 없다/개인 방범시대

입력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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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회사 첫 등장… 주문 살도/유흥업주ㆍ외국인 등 몰려/학생 등하교길 경호까지우리나라도 개인방범ㆍ자가방범시대로 접어들었다. 연간 발생하는 범죄가 1백만건을 넘고 강ㆍ절도 강간 인신매매 조직폭력이 갈수록 흉포해져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으나 경찰력이 한계를 드러내자 신변경호인을 고용하거나 방범장비로 무장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지역단위의 주민공동방범이 활발해지는등 범죄에 대한 자구책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방범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보디가드(신변경호인)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자마자 범죄에 시달려온 사람들이 앞다투어 신청,그동안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컸던가를 실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설립된 사단법인 「보디가드라인」 사무실(서울중구 신당 4동 340의 54)에는 하루 20∼30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 이미 18명이 계약을 맺었다. 계약자들은 고교생 딸의 등하교길을 걱정하는 부모,조직폭력배에 시달려온 건축업자,여가수,유흥업소 업주,본인과 가족 신변보호를 요구하는 국회의원,재벌그룹의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사채놀이,부동산투기 등의 음성소득자까지 계층이 다양하다.

또 은행 호텔 외국인들의 문의전화도 많이 걸려오고 있으며 주한 외국대사관이 자국VIP가 한국을 방문할 때 경호를 해줄 수 없느냐고 타진한 경우도 있었다.

보디가드서비스업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자 지난해 12월 실시된 채용시험에는 모집인원 51명에 6백20명이 지원,경쟁률이 12대1이나 됐다. 고졸 이상,1m78㎝ 70㎏ 이상,각종 무술 2단 이상으로 자격요건을 한정하고 즉심처분을 받은 경력만 있어도 지원을 못하게 했는데 지원자의 학력은 전문대졸이 40%,대졸자가 30%였고 대학원졸업자도 10%나 됐다.

합격자들에게 무술 영어회화 예의범절 걸음걸이 등을 20일 동안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21명이 탈락했다.

보디가드채용료는 1년 전속을 기준으로 일반가정 1천만원을 비롯,연간 2천만원까지 받고 있는데 회사측은 앞으로 일정액을 내고 회원이 되면 필요할 때마다 즉시 보디가드를 보내주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계약과정에서는 고문변호사가 입회,보디가드의 업무한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 전액을 변상토록 했다.

보디가드라인대표 이청풍씨(33)는 『우리도 더이상 경찰에만 방범을 맡길 수 없는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직원교육ㆍ정신무장을 철저히 해 신뢰도와 공신력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보디가드용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등지에서는 이미 제도화 돼있는 서비스산업이다.<이윤재기자>

◎“공권력보다 자구가 최선” 풍조/보디가드사 인기/심각한 폭력공포증 반영/상습피해 밤무대 연예인등/“차라리 경비주고 보호 요청”

가정과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범죄는 너무나 심각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신변경호전문업체 「보디가드라인」에 도움을 요청해온 시민들의 피해사례와 불안은 경찰이나 이웃이 알 수 없는 혼자만의 걱정거리가 많았고 경찰력을 기대해봐야 헛수고인 것들이었다.

오는 22일부터 활동을 시작할 이 회사의 보디가드들은 우선 계약자들의 불안감부터 덜어주면서 그림자처럼 신번경호업무를 하게 된다.

강남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룸살롱을 몇개 운영중인 30대 여인은 주변 폭력배들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으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못하고 고민해오다 보디가드를 요청했다. 폭력배들은 특정회사의 양주와 안주를 쓸 것을 요구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조직원들을 고용케 하고 정기적으로 수익금중 일부를 상납할 것을 요구했는데 거절하자 매일 찾아와 협박을 계속했다.

밤무대에 출연하는 인기여가수는 계약 외의 요구를 거부하고 업소를 옮긴 뒤부터 조직폭력배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했다. 차로 납치한 이들은 생선회칼을 얼굴에 들이대고 『칼로 그리면 잘 들어가겠다』며 협박을 했고,하나씩 옷을 벗기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활동을 못하게 만들겠다』고 공갈을 해댔다.

견디다 못한 이 가수는 결국 요구대로 전의 업소로 돌아갔으나 앞으로의 위협에 대비,보디가드를 2명 신청했다.

50대 주부는 대학생인 딸의 신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줄 것을 당부했다. 얼마전 귀가하던 딸이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던 중 30대 치한의 습격을 받아 지나가던 택시운전사가 아니었으면 몸을 망칠 뻔했던 일이 있고부터 아예 밖에 나가려 하지않는 등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50대 건축업자는 공개입찰 과정에서 폭력배로부터 『응찰을 포기하면 그 이상의 대가를 주겠다』는 회유를 받았으나 거절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결국 공사권을 따내자 폭력배 5명이 몰려와 여관으로 납치한 뒤 쇠파이프,각목 등으로 집단폭행했는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사업가도 『각종 공사입찰 과정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입찰을 따내면 한달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숨어지내는 것이 관례』라고 털어놓았다.

지방에서 빠찡꼬업을 하는 40대 남자는 『운영권을 넘기라』는 협박을 거부한 뒤부터 폭력배로부터 갖은 폭행을 당해왔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전화가 거의 매일 걸려오고 여러 차례 폭행까지 당했는데 이들은 아예 집앞에서 며칠씩 진을 치기도 했다.

일정한 직업은 없으나 재력이 있는 50대 남자는 『재산이 많다보니 불안을 떨칠 수 없다』고 신변경호를 요청했다.

한 국회의원은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경호를 해줄 것을 요구해왔고 대기업회사 사장도 가족과 자신의 출퇴근에 필요하다고 8명이나 보디가드를 보내주도록 계약했다.

서울 변두리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상가를 운영하는 남자는 자신의 신변보호보다 상가를 찾아오는 고객관리를 위해 보디가드를 구했다.

은행,보석상 등이 입주한 상가에는 청원경찰이 있긴 하지만 손님들이 무사히 갈 수 있게 차타는 곳까지 안내하고 친절을 베풀면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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