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연합 땐 “외토리”… 일전불사등 경고 저지 안간힘/최악 경우 득실 점검… “유일야당” “이탈자 흡수” 자위도/“당 결속 관건” 통합파 설득 부심평민당은 민정ㆍ민주ㆍ공화의 보수대연합 추진에 대해 그 실현여부를 예의주시하면서 정치적 득실을 수시 점검하고 있다. 평민당은 이미 김대중총재의 새해기자회견을 통해 보수대연합과 정계개편에 대한 강력한 저지의사를 분명히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여권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평민당은 정계개편에 대한 민정당의 태도가 보수대연합쪽으로 기울었음은 부인치 않고 있지만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보수대연합이 평민당의 고립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평민당의 희망이 깔려 있다.
김총재는 『노태우대통령과 5공청산 등을 통해 모처럼 얻은 안정을 굳이 깨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핵심당직자들도 『야공조체제가 완전히 깨진 마당에 노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무리가 수반되는 정계개편을 하려들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대연합이 특정지역과 특정정당의 참여를 원천배제하고 있어 대국적 차원의 결정이 되지 않는다는 일반여론의 비난도 보수대연합의 실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정말로 보수연합 추진에 착수할 경우에는 일전불사의 강력한 저항을 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놓고 있다. 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민주세력과 연대해 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전에 평민당의 이같은 방침은 각종 채널을 통해 여권핵심부에 충분히 전달되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과 접촉해온 김총재의 한 측근은 『지난해 7월 공안정국에서의 보라매공원집회를 예로 들어 평민당을 소외시키는 정계개편이 진행될 경우 여의도 등에서 장외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는 25%선의 확고부동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당을 무슨 수로 고립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평민당은 보수대연합이 갖는 부작용을 거듭 경고하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는 내부단결이 최선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여권이 본격적으로 보수대연합에 나설 경우 평민당의원도 영입대상이 될 것이고 이 경우 김총재와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엷은 비호남출신 의원이나 전국구의원들이 공략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집안단속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19일 통합추진세력의 중심인물인 조윤형부총재를 만난 데 이어 내주중으로 소장통합파의원들은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오는 23일 서울출신의원 17명과 식사를 함께 하며 내부단결을 강조할 예정이다.
김총재는 이미 당내 소장통합파의원들중 이상수 이해찬의원을 불러 「충정은 이해하지만 정치에는 시기가 중요한데 지금은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요지의 설득을 한 바 있다.
평민당이 내부단결을 위해 관심을 두어야 할 또 하나의 부분은 재야입당인사들의 모임인 평민연이다. 평민연은 서경원의원 밀입북사건 이래 당내에서의 위치가 날로 위축돼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 소외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민당은 보수대연합이든 민주ㆍ공화당만의 합당에 의한 3당체제이든지간에 정치적 득실면에서는 대권고지가 멀어지는 절대적 손해만 감내하고 제1야당의 기득권만 포기하면 크게 잃을 게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김총재는 90년의 정국에 대해 지자제선거 실시에서의 상대적 우위선점을 발판으로 해서 제1야당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한 다음 정국을 민정과 평민이 대결하는 양국구조로 몰고가 92년의 총선과 93년의 대권싸움에 임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새해 정초부터 불어닥친 정계개편의 바람은 김총재의 이같은 정국구상을 뿌리째 뒤흔들어 버렸다. 보수대연합이 추진될 경우 김총재의 대권에 대한 접근은 한층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 실리면에서는 평민당은 내부단속만 잘해 이탈자를 극소화할 경우 크게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즉 야대와 야공조가 깨진 마당에서의 제1야당의 기득권은 미미하기 때문에 큰 손해가 없을 뿐 아니라 거대여당이 출현할 경우 평민당은 야당에 돌아오게 마련인 반사적 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이다. 김총재가 『평민당은 이제 제1야당이 아니라 유일야당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소속의원과 당직자들을 격려했다는 대목도 이같은 당내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평민당은 만약 여권이 최종결정단계에서 보수대연합에 주춤할 경우 민주ㆍ공화당은 정말로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희망어린 개연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권이 보수대연합 추진을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뜻을 같이하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놓아야 한다는 성급한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민주ㆍ공화당만의 합당이 되든 보수대연합이 되든지간에 민주당에서 분명히 탈락자가 생길 것이고 이 경우 탈락한 의원이 곧바로 평민당으로는 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평민당 통합파의원들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해놓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평민당은 김총재 기자회견과 막후통고를 통해 여권에 대해 보수대연합을 극렬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민주ㆍ공화당을 성토하면서 여권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식대변인은 『다른 차의 난폭운전으로 사고위험이 높을 때에는 잠시 운전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평민당의 대응이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드러날 때까지 소강상태에 머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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