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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세」 상속세/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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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세」 상속세/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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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흔히 「멍청이세」 혹은 「바보세」라고 말한다.바보멍청이가 아닌 다음에야 상속세를 제대로 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우리의 납세풍토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세율이 최고 66%에 달하는 무겁고 무서운 세금이지만 한편으로는 탈세할 구멍이 얼마든지 널려 있는 게 상속세다.

국세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88년중 국세통계연보를 곰곰 살펴보면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재미난 현상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절세를 위한 신종기법으로 주식과 채권을 통한 상속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토지상속은 그 규모도 줄고 전체 상속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부의 세습방법인 토지나 건물의 대물림이 토지공개념 도입방침등의 영향으로 껄끄럽게 되자 등기이전도 자금출처 조사도 무사통과하는 증권상속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정기간만 지나면 조세시효 소멸(상속세면탈)의 허점이 있는 장기국공채를 통한 상속이 전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어,장기채권이 항간의 풍문대로 합법적인 세금없는 상속의 길로 통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세율이 아무리 높아지고 과세가 강화된다 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이다.

또다른 믿기 힘든 현실은 0.6%라는 수치이다.

88년에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이 전체 사망자 22만명의 0.6%에 불과한 1천4백명이었다.

갖가지 절세수법을 활용,막상 세금을 내야 될 사람은 다빠지고 순진한 사람들만 상속세를 납부한 결과다.

이같은 허점투성이 때문에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고 매년 징수실적이 예산보다 훨씬 미달되기 일쑤다.

국세청의 통계연보는 똑같은 페이지에서 상속세는 예산보다 27%(1백37억원) 덜 걷힌 3백60억원인데 근로소득세는 예산의 30%(5천억원)를 초과한 1조9천억원이 징수됐음을 밝혀주고 있다. 힘들여 쌓아올린 부의 대물림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사회의 통념에 어긋날 때는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개청 이래 누누이 강조해온 국세청의 상속세 강화의지를 올해는 믿어도 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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